에너지 전환 시대 수요관리 성공 모델 ‘제로에너지빌딩’

[신년 기획] 과감한 인센티브·저비용 기술력 확보로 문턱 낮춰야 오철 기자l승인2018.01.08l수정2018.01.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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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지난해 12월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해 에너지비용을 제로(0)화하는 국내 첫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이 서울 노원구에 준공됐다.

노원 제로에너지주택은 주택 내·외부 단열 기술과 고효율 설비 활용으로 일반 건축물 에너지 소비량 대비 약 74%를 절감하는 동시에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 기술을 통해 약 33%의 에너지를 생산해, 결과적으로 약 7%의 잉여 에너지를 발생시켜 화석연료 사용 없이 냉난방, 급탕 등 주거 활동을 가능케 했다.

준공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정부가 건축물 에너지효율 분야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단열성능 극대화·자체 생산 에너지로 건물 에너지 소비 90%까지 감축   
정부, 2025년 신축 건물 제로에너지화 추진
높은 건축비·실효성 낮은 혜택 활성화 저해 
건축 자제 국산화·시공기술 개발 지원 필요

▲ 제로에너지빌딩 개념도

■ 제로에너지빌딩이란

에너지 소비에서 건축물 분야(가정·상업·공공)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행한 2017년 에너지편람에 따르면 건축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전체의 약 20%로 산업 분야 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영국(약 40%), 미국(약 30%)보다는 낮은 비중이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에너지 소비에서 건축물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추세라는 점과 전체 건물의 약 70%가 15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춰 볼 때 건축물 분야 에너지효율 개선은 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감축 여력이 큰 건축물 분야를 국가 에너지 수요관리의 주 대상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제로에너지빌딩을 선택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건축물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패시브),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액티브)해 건물 기능을 위한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이다.

즉, 건물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충당하는 건물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과 제로에너지빌딩을 혼용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제로에너지빌딩으로 통용 중이다.

사전적으로는 사용에너지와 생산에너지의 합이 ‘0’(Net Zero)이 되는 건물이나 현재의 기술 수준·경제성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90% 감축)하는 건축물 건축물(nearly Zero)을 제로에너지(Zero Energy)빌딩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건축허가 면적의 10%를 제로에너지빌딩으로 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량 67만tCO2, 에너지 절감량 18만toe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 액셀 밟는 제로에너지빌딩 정책

제로에너지빌딩은 건물 부분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일관되게 추진돼 온 정책이다. 정부는 2014년 1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축건물에 적용되는 ‘건축물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 강화와 7월 ‘기후변화 대응 제로에너지빌딩 조기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20년에는 신축 공공건축물, 2025년에는 모든 신축 건축물을 제로에너지화 한다는 골자의 제로에너지건축 국가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2014년부터 선도형 제로에너지빌딩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제로에너지빌딩을 조기에 활성화하고 민간부문 확산, 성공모델 창출을 통한 상용화를 유도하고자 사업모델을 저층형(2014년~), 고층형(2015년~), 단지형(2016년~)으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현재 KCC 서초사옥, 아산 중앙도서관 등 6곳이 저층형으로, 송도 6·8공구 A11블럭 공동주택, 장위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등 2곳이 고층형으로, 경기도 신청사, 행복도시 5-1 생활권 제로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2곳이 단지형으로 진행 중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건축기준 완화, 보조금 지원,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KCC 서초사옥과 송도 6·8공구 A11블럭 공동주택은 각각 27.5%와 5%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아울러 작년부터 에너지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를 시행했다. 인증제도는 건축물 에너지소요량(효율 등급 1++ 이상)과 모니터링 시스템(BEMS 등)이 설치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에너지자립률(소비량 대비 생산량) 기준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건축주가 직접 신청해 인증절차가 진행되며 인증등급에 따라 ▲용적률 최대 15% 완화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30~50% 우선지원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20% 상향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경감 ▲인증 운영기관의 에너지사용량 모니터링 제공 ▲신재생에너지·에너지 절약시설 투자비용 일부(최대 6%)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공제 등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 인센티브 실효성 논란·기존 건축물 적용 방안 등 필요

정부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이 건축비(일반 건축물 대비 30%↑)가 비싸고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가격으로 상용화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추가비용을 제대로 보상하지 못하고 있어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의 경우, 물리적 형태와 규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계획단계부터 인센티브 수혜 여부·수준을 알아야 하는데 예비인증도 설계가 완료된 후 설계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어렵사리 예비인증을 받아도 본인증 획득에 실패하면 인센티브를 반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실효성을 높이고 건축에 소요되는 추가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저감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계 관계자는 “예비인증과 본인증의 인센티브를 차별화하고, 인증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으로 부여하며, 절감 목표 대비 온실가스·에너지를 초과 감축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처럼 보조금 및 환급금 지원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인센티브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자부, 행안부 등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 기술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705만 동의 건축물 중 약 36% 이상의 건축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경과된 노후 건축물로 낮은 에너지 효율 때문에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단계별 에너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6년 9월 그린모델링 사업을 시행했다. 그린모델링 사업은 노후 공공건축물 단열강화 등 시공을 지원하는 공공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사업과 민간 건축물에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에너지성능개선 공사 시 민간 금융 이자를 일부 보조해주는 민간 건축물 이자 지원 사업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경기도 광주 소재 사회복지시설 ‘베다니동산’과 ‘한국환경공단 호남권지역본부’가 최초로 그린모델링 1등급과 2등급을 각각 취득해 연간 63% 이상의 에너지비용 절감은 물론 5년간 최대 3%의 재산세 감면 혜택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학계 관계자는 “기존 건축물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이자 지원 등 공사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파악해 기존 건축물에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에너지 고성능 건축자제는 주로 수입제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기후와 환경에 맞는 제품의 생산 및 시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지역 선정에 있어 패시브하우스와 녹색건축적용 여부를 평가 기준에 반영할 예정으로 알려져, 제로에너지건축과 도시재생뉴딜 등 타 사업과의 연계도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철 기자  orch21@ko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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