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한전 전력연구원,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력기술 새 지평
[탐방] 한전 전력연구원,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력기술 새 지평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10.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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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 전력연구원 전경.

AI·사물인터넷·빅데이터·가상현실 활용 신기술 개발 역량 집중
사물인터넷 에너지플랫폼 표준모델 개발…전력설비 감시 자동화
빅데이터-AI 기반 전력설비 자동 진단·직류 배전망 기술도 선봬

[한국에너지신문] 산업은 유효 적절한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각 산업혁명의 각 단계 뒤에는 석탄, 석유-가스, 전기 등 에너지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도 청정한 자원과 방법을 이용해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진 상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

1961년 한전 기업부설 연구소로 출발한 한전 전력연구원은 전력 에너지 분야의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의 ‘두뇌’와 같은 조직이다.

전력연구원의 비전은 ‘전력기술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 정상의 연구원’. 최근에는 국내 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 전력공급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연구도 이어나가고 있다.

연구원은 특히 전력 에너지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형 핵심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이 보유한 기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연구원이 세계 전력 분야의 4차 혁명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촘촘하게 연결된 정보망 뒤에 똑똑한 전력망
 
‘초연결사회’는 4차 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다. 사람, 사물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연결된 모든 것에서 정보가 생성되고 공유되며, 정보들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사회다. 매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위치정보를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 초연결사회의 단면이다.

하지만 초연결사회도 ‘똑똑한 전력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초연결사회가 똑똑함의 정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준다. 모든 설비가 연결돼 디지털화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지능화가 더 세밀하게 이뤄지면 에너지의 수요 공급과 관련된 전혀 새로운 정보도 생성된다.

전력연구원은 전력분야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네트워킹과 플랫폼 운영 규격을 제정하고 개발용 시스템인 ‘전력 사물인터넷(IoT) 에너지플랫폼’ 표준모델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사물간 통신(M2M) 국제표준을 따르며, 전력설비의 진단과 감시를 위해 최적화된 스마트센서를 활용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상호연동 인증도 취득했다. 
■ 첨단 센서 이용한 사물인터넷 에너지플랫폼 모델 개발
 
특히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는 첨단기술인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면 설비의 상태를 자동으로 감시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설비 사이에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한전이 개발한 스마트센서는 ‘열화신호’와 ‘운전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열화는 전력설비의 물리화학적 성질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 방전광(UV-C), 초음파, 자기장 등 다양한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에너지수확 기술이 적용돼 무선센서의 전원문제를 해결했고, 무선 센서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해 넓은 지역에 다양하게 분포한 센서를 통신선 없이 연결했다.
 
■ 3D 프린팅 이용해 제품개발 비용과 기간 줄여
 

▲ 전력연구원(대전), 전력시험센터(고창) 및 창조경제혁신센터(나주)에 설치된 IoT 오픈랩.

연구원은 또 3차원 프린팅을 이용해 신제품 개발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플라스틱 절연체와 전기 배선 소재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전자회로 3D 프린팅 공정기술을 이용해 전력 센서도 개발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작고 가벼운 맞춤식 전자부품 제조를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다. 종전에는 가격이 비싸고 개발 기간을 늘어지게 하는 금형 개발에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전력연구원은 또 ‘전력 IoT 에너지플랫폼’의 통신규격 및 개발환경 등을 사물인터넷 관련 협의체인 SPIN 홈페이지를 통해 산업체에 공개했다. 연구원 대전 본원과 고창 전력시험센터, 나주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각종 시험장비 등이 설치된 ‘전력 사물인터넷 오픈랩’을 개설했다.
 
■ 전력설비 진단-운용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이용
 

▲ 전력계통운영센터 광역망 감시 시스템 운영 화면.

전력연구원은 한전이 필리핀에서 운영 중인 일리한 화력발전소의 시스템 통합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는 운전과 설비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발전소의 최적 성능을 찾아낸다.

전력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력발전소의 터빈, 보일러, 발전기, 발전소 성능 등 분산된 제어시스템의 정보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집약하고 빅데이터로 묶어낸다. 특히 전력연구원이 보유한 진단 기술을 합쳐 발전소 운영과 효율화 등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Intelligent Digital Power Plant)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변전소 고장 복구기술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것은 무인 변전소 원격 감시장치, 급전분소 등을 연결해 고장을 신속히 복구하는 계통 감시제어시스템(SCADA)이다.
 
■ 전력망 고장 복구시간 단축 위한 연구 이어져
 
전력연구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력망이 아예 끊어지지 않는 ‘상시 연결’을 위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력망의 스위치를 이용해 각종 설비를 재연결하고, 전력망이 실시간으로 재구성되는 변전소 고장복구 지원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기능이 핵심인 인공지능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력망과 각 설비의 상태를 더욱 세밀하게 감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의 빠른 판단력을 이용해 더 복구시간은 훨씬 빨라져 전력 소비자들이 고장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시각(時刻) 동기화 장치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전국 단위의 송전망 상태를 감시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반 전력계통 상황인지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은 배전망 고장을 예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배전용 전력설비의 열화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배전설비 자동진단시스템’을 지난 4월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적용된 영상분석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전력설비를 인식하고 열화상태를 진단한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광학영상 분석 기술을 적용해 인식률은 향상되고 인식시간은 단축됐다.

영상장비를 탑재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전력설비를 진단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전력설비를 진단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배전설비 고장진단과 예지를 위해 배전용 애자 고장 예지 알고리즘, 상태추론 기반 배전설비 예지 기술과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 저압 직류 배전망 개념도.

■ 미래형 공급방식인 저압 직류 배전망 효율화 기술 선보여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면서 종전의 교류 배전망보다는 직류 배전망을 발전소에서부터 수용가까지 연결해 달라는 전력 소비자들의 요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발전 등은 직류 전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 차량용 등 다양한 배터리 충전기 등과 직접 연결할 수 있다. LED조명, 디지털 기기 등과도 직접 직류를 공급할 수 있다. 변환 과정이 없어지면서 에너지 효율도 10%가량 더 향상된다.

전력연구원도 저압 직류배전시스템을 구성해 직류를 공급하는 기술을 2014년부터 개발하고 있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올해 9월에는 전남 서거차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직류배전망 공사를 시작했다.

이 배전망에는 200㎾ 태양광 발전, 100㎾ 풍력발전기, 1.5㎿h 용량의 에너지저장 장치가 직접 연결돼 함께 설치한다. 서거차도 주민들에게는 전기카트용 직류 전기충전기, 직류 가로등과 직류 가전제품이 보급된다.

전력연구원은 직류배전용 13.2㎸급 전력용 반도체 변압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효율을 98%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3상 AC/DC 변환기, 직류 대용량 수용가 연계 수배전시스템, 직류배전망 계통 및 기기 보호가 가능한 반도체 차단기 등 핵심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을 불러오는 기술의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전력 에너지 글로벌 리더로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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