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주도 에너지 정책사업은 재고해야

한국에너지l승인2017.09.25l수정2017.09.25 13:2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적어도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제껏 종전의 정책에서 혜택을 받아 온 사람들이 앞으로 그 혜택을 조금씩 받지 못하는 것뿐이다.

방향에 큰 문제가 없어도, 진행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다양하지만,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짧은 충언을 드리자면 이렇다.

일단 서두르면 안 되고, 누구에게 어떤 강요도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인가 ‘몰아주기’를 한다거나, ‘몰아치기’를 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그 누구도 어렵지 않게 해야 한다. 정책 수행은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산자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자연스러움이 없다. 전체 방향은 맞지만, 세부 사항을 잘 챙기지 않는 듯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더불어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고, 원전과 석탄을 줄여나가는 정책에서도 ‘공론화’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공론의 장에서 원자력 쪽은 원자력의 장점을 설명하고, 반대쪽에서는 단점을 설명하고, 그에 대해 조사의 대상이 되는 국민이 판단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거나, 결정의 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단순한 소문일 뿐이기를 바라지만, 원자력 쪽에서 장점을 설명하는 것까지 막아설 필요는 없다.

당정이 최근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의 방향도 살짝 엇나간 듯하다. 전기사업법 개정의 쟁점은 한전이 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몇 번씩이나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이 개정안은 아마 이번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그 모든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이게 과연 한전이 할 일인지, 정부도 이렇게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이제껏 지역 기반형 분산 전원, 가정용 등 소형 전원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는 점이 강조돼 왔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전이 가장 큰 사업자로 끼어들면, 분산전원보다는 기존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짙다.

한전은 어쩌면 남아도는 수익을 다양한 투자에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의 본 영역도 아닌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빗장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섣부르게 보인다. 더 욕심부릴 필요 없다. 이익이 넘친다 싶으면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전기요금을 깎아 주든지, 다른 방법의 서비스 방안을 고민하면 될 일이다.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력 산업의 ‘큰 형님’을 자처하는 한전이라면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정책 지원을 받는 사업은 시민과 중소사업자에게 되도록 양보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천연가스 발전 확대의 수혜도 일부 직도입 대기업과 가스공사만이 독점할 일은 아니다. 소매를 담당하고 있는 대다수 도시가스 업체들은 천연가스 발전 확대의 혜택은 거의 보지 못한다.

시설용량별로 연료 요금을 차별화할 것이 아니라, 발전용의 경우는 도매가를 적용하고 공급 역시 가스공사가 아닌 지역 도시가스 회사를 통해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가스공사가 당장 이익을 더 취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매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모든 사업은 몰려 있으면 더 잘 될 것 같지만, 정부와 공기업이 주도해서 하는 사업은 몰려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잘 되면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고, 잘 되지 않으면 부채가 늘어난다.

선거를 통해 몇 년 후 정부가 바뀌어 정책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게 되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과거 정부 정책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된 공기업들의 현 상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국민이 서비스와 각종 재화를 사용해서 커나가는 기업이다. 공기업이 어떤 정책의 이익을 바로 가져가기로 작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속을 무리하게 내려는 정부와 만나는 공기업은 그럴 위험성이 크다. 정부를 멈출 수 없다면 사업을 실제로 영위하는 공기업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국에너지  koenergy@koenergy.co.kr
<저작권자 © 한국에너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에너지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제휴안내기사제보구독신청뉴스레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한국에너지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1712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1일   |  제호 : 한국에너지신문  |  발행인 : 남부섭  |  편집인 : 남부섭
발행소 : 서울시 서초구 언남길 31 3층  |  발행일자 : 1994년 5월 3일  |  전화번호 02-3463-4114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남부섭  |  webmaster@koenergy.co.kr
Copyright © 2017 KOREA ENERGY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