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버스 시장 선점 ‘누가’
국내 전기버스 시장 선점 ‘누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9.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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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현대차 뛰어들며 시장 활력…중국 가세로 한-중 각축전

[한국에너지신문]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이 시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현대자동차 덕분이다. 최근 부산 시내버스 회사에 전기버스 ‘일렉시티’ 20대를 올해 말까지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전기버스 업계는 현대차 이전에도 많은 전기버스를 출시해 놓고 있다. 국내업체 중에는 자일대우버스의 BS110, 우진산전의 일렉트릭버스, 에디슨모터스 e-화이버드, 동원의 올레브, 중국업체 중에는 에빅의 엔비온, 포톤의 그린어스 등이 현재 환경부 보조금 지급대상이다.

현대차, 부산시에 올해말까지 ‘일렉시티’ 20대 공급
자일대우버스·우진산전 등 상용화 대비 앞다퉈 출시
중국 에빅·포톤 등도 국내 전기버스 시장 뛰어들어
일반 버스 보다 4배 높은 가격·미흡한 인프라 걸림돌
 

■ 현대 일렉시티, 30분 충전에 170㎞ 주행
 

▲ 현대기아 일렉시티

현대자동차는 부산 시내버스회사인 동남여객, 대진여객과 3세대 전기버스 ‘일렉시티’ 첫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처음 판매하는 차량 대수는 20대지만, 점차 판매 대수를 늘려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차량은 올해 말까지 해당 운수회사에 인도된다.

2010년부터 1세대 전기버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현대차는 이번에 일렉시티를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로서는 기술력을 많이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먼저 256㎾h 고용량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정속주행 시 72분 1회 충전으로 최대 309㎞를 주행할 수 있고, 30분의 단기 충전으로는 170㎞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4억 원대 후반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의 보조금을 받으면 2억 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이번에 공급되는 일렉시티는 현대자동차로서도 일종의 시범 운행 성격이 짙다. 내년 초부터 양산이 시작되는 데 따라 다양한 실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해 왔지만, 부산 시내버스 일부 구간을 실제 운행하면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것.

현대자동차는 이 차량 홍보를 위해 6월부터 부산 시내에서 순회 전시를 실시했다. 부산지역 주요 시내버스회사 관계자들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일렉시티의 연구시설을 직접 둘러보게 했다. 상품개발 담당자와 함께 ‘일렉시티’를 자세하게 알아보는 ‘일렉시티 상품 설명회’도 개최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일렉시티는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친환경 컬러를 입히고 인간 중심 디자인을 적용했다”며 “내년 초 본격 양산 예정인 ‘일렉시티’를 시작으로 내년 시범 운행 계획중인 수소전기버스 등 다양한 친환경 버스 라인업을 향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일대우버스·우진산전·에디슨모터스 등 ‘이미 운행 중’ 
 

▲ 자일대우 BS110CN

국내에는 다양한 전기버스 업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험 운행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전기버스가 완전 상용화될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내 운수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미 시내버스에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자일대우버스는 2003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부터 중국 등 주요 시장에 시판하고 있다. 대표 모델인 BS110CN-EV는 150㎾ 모터 2개와 160Ah 용량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독일 지멘스가 만든 출력 150㎾ 모터 2개에, 최대 용량 160Ah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큰 차량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고용량 배터리를 사용한다. 자일대우버스는 배터리 충전방식을 ‘플러그인’ ‘배터리 교환’ ‘온라인(무선충전)’ 방식 세 가지로 구성했다. 시제품 차량이 이미 실물로 제작돼 있고, 일부는 시범 운영까지 마쳤다.

▲ 우진산전 아폴로 전기버스

우진산전 일렉트릭버스는 160㎾ 영구자석형 모터를 탑재했으며, LG화학의 리튬폴리머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0㎾h, 204㎾h 두 가지로 구분되는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204㎾h 기준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150㎞에 달한다.

우진은 동력, 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일단 서울과학관에 셔틀버스로 납품해 시범운영을 거친 뒤 서울과 부산 등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 에디슨모터스 E화이버드 배터리 교체형 전기버스

에디슨모터스는 티지엠, 한국화이바라는 예전 명칭으로 기억하는 운수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이 회사는 E화이버드를 2014년에 출시해 제주 서귀포와 부산의 지역 운수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운행 노선 수로는 국내 최다 업체다.

에디슨 모터스 E화이버드는 플러그인 전기버스를 제주에서 36대, 부산에서 10대 운행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정류장에 정차하면 전동식 크레인이 배터리를 탈부착하는 방식의 차량도 제주도에서 23대 운행하고 있다. 이외에 강릉에 1대, 마포 월드컵경기장에 1대, 서울대공원에 1대 등을 셔틀버스 등으로 운행하고 있다. 

김포시는 일산 노선에 중국산인 에빅 엔비온 전기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온라인 충전 자동차를 제조하는 동원그룹 올레브도 구미시 세종시 등의 시내버스 업체에 차량을 공급했다.

중국의 포톤은 ‘그린어스’ 차량을 국내에 본격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최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대의 차량을 올해 말까지 강원도 강릉에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향후 확장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 지자체 중 부산과 제주 등이 가장 적극적
 
지자체 중 보급에 힘을 쓰는 곳은 부산과 제주 등이다. 서울은 전기버스를 2018년까지 300대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남산 순환 버스 등이 노후화와 수리의 어려움 등으로 사실상 실패하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서울은 시립과학관 셔틀 차량으로 우진산전의 일렉트릭버스를 선정했다.

부산은 오성여객 등이 2016년 11월부터 에디슨 모터스의 E화이버드를 운영한다. 동남여객과 대진여객도 올 연말에 일렉시티 20대를 인수한다. 제주는 2021년까지 전기저상버스 8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 올레브 구미시 운행 전기버스

경기도는 2027년까지 도내 4000여 대의 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포시의 선진버스는 올해 4월부터 33번 노선에 중국산 전기버스 에빅 엔비온 EV 20대를 투입하고 있다. 구미시는 전국 최초로 무선 충전 방식 전기버스를 운영 중이며 현재 4대가 운행되고 있다. 포항시는 전기버스 25대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편 전기버스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은 비싼 가격이다. 정부는 현재 지자체와 국토부, 환경부 등을 통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버스 가격은 일반 버스의 두 배에서 최대 네 배가량 되는 4억 원 수준이다.

압축천연가스 차량이 1억 4000만 원 수준인 것을 보면 운수업계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거기에 가격이 싼 경우는 잔 고장이 많고 정비도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배터리의 수명도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 운수업계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충전 시설 역시 1기당 1억 원 정도지만, 충전기 보조금은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본격적 확산은 어렵지 않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장거리 순환 노선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이 있지만, 충전 시설을 해결하면 큰 산은 넘는다”며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보급하는 것이 보급대수를 늘리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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