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유’ 기승
‘가짜 경유’ 기승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5.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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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제 없애 단속 피하고 값싼 등유 섞어 판매

[한국에너지신문] A(46)씨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아는 사람과 함께 등유와 경유를 2대 8 비율로 섞어 만든 가짜 경유 505만리터(시가 60억원 상당)를 경북 경주 등에 있는 주유소 3곳에서 팔다가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붙잡혔다.

B(50)씨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전남 영암에서 등유를 경유와 섞어 만든 가짜 경유 44만ℓ(시가 5억 2000만원 상당)를 전국 11개 주유소에 유통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짜 석유 업자들은 등유에 들어 있는 식별제를 없애고 경유와 섞어 단속을 피한다. 식별제는 정유사가 혼합을 막기 위해 첨가한 것으로 가짜 경유를 판별하는 시약을 넣으면 보라색으로 바뀐다. 등유와 경유는 판매가격 차이가 리터당 400원대에 달한다. 통상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등유와 경유의 비율은 2대 8이나 3대 7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석유관리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주유소에서 판 가짜 석유를 단속해 1079건을 적발했다. 그 중 7%에 해당하는 75건만 가짜휘발유이고 나머지 1004건은 A씨와 B씨 사례처럼 가짜 경유다.

가짜 경유를 판 주유소는 2012년 263곳, 2013년 199곳, 2014년 195곳, 2015년 162곳, 2016년 185곳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유와 등유의 가격차이가 최근 크게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격차이는 50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15년여만에 두 유종의 가격차이가 500원대를 육박하고 있다. 가격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수요 증가가 원인이다. 수요가늘어나면서 경유에 붙는 세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한국석유관리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주유소에서 판 가짜 석유를 단속해 1079건을 적발했다.

제조과정이 단순하다는 것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빌미로 작용한다. 경유와 농업용 면세유로 유통되는 적등유를 섞기만 해도 되고, 둘의 혼합유는 정상 경유와 성질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가짜 경유를 판매하는 주유소 중에는 농업용 적등유를 일부러 경유탱크에 넣어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가짜 휘발유 판매 주유소는 2012년 21곳, 2013년 20곳, 2014년 15곳, 2015년 10곳, 2016년 9곳으로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가짜 휘발유의 원료인 산업용 도료와 시너 등의 수입 및 제조 경로를 관리하는 등 단속이 강화된 점도 한 몫을 했다. 더불어 가짜석유와 진짜 석유 사이의 ‘마진’이 줄어든 것도 또하나의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등유를 사고파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어 가짜 경유를 뿌리 뽑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가짜 석유제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차 연료장치에 고장을 일으키니 제조나 유통, 구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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