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첫 해체원자로 된다
고리1호기, 첫 해체원자로 된다
  • 백지현 기자
  • 승인 2015.06.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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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원전해체, 전주기적 원전산업 돌입
▲ 해체를 앞둔 고리1호기

[한국에너지] 16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가 최종 정지된다고 발표했다.

1978년 개시돼 현재까지 총 38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고리1호기의 최종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앞서 영구정지 권고를 내린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의에서는 최근 원전납품비리,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국내외로 불거진 원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영구 정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원전의 해체산업 육성과 원전산업의 전주기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도 영구정지 하는 방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다수의 의원이 찬성했다. 또한 고리1호기 해체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전 세계 원전해체시장이 본격화될 것을 감안해 해체경험과 핵심기술을 미리 완비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회의결과 영구정지 권고가 내려졌다.

반대의견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시한 안전평가결과대로 고리1호기가 계속 운전되어도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앞서 시행된 안전성평가에서 고리1호기는 원자력안전법상 기준 158개 항목에 모두 통과한 바 있다. 경제적으로도 2차 계속 운전을 하는 경우, 미실시 대비 이용률과 판매 단가 등에 따라 1792~2688억 원 이득인 것으로 분석돼 계속 추진이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의하면 신규원전 2기 등 원전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고리1호기가 차지하는 전력은 전체 설비의 0.5% 수준으로,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원자로 사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2012년 전체정전 이후부터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증가했다. 폐쇄를 요구하는 여론도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책결과는 원전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정부기관의 정책에 반영돼 시민들의 불안과 위험성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환호가 있었다.

고리1호기 폐쇄 권고 발표 후 범시민운동본부는 시청에서 원전 폐기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 활동 중이었던 운동본부 약 120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에너지위원회의 결과보고 및 원전상태 경과보도, 감사인사 등으로 진행됐다.

조창국 장안읍 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고리1호기 폐로를 주장해 왔었고, 지역의 대표 민관기관으로서 안전한 지역 만들기를 위해 노력했다. 이번 폐로 결정은 노후 원전 불안감 해소, 정부 신뢰도 제고, 나아가 국내 원전정책의 신기원을 여는 역사적 결단이다”라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광역시 시장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지역사회의 든든한 힘이 이뤄낸 결실이자 부산시민들이 일궈낸 역사적인 산물이다. 노후 원전을 영구 정지하는 것만이 대한민국과 부산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초래했던 파괴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병수 시장은 이전 민간 6기취임 때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걸은 바 있다. 천현진 부산범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결정은 시민과 여론에 떠밀린 것이지 결코 정부의 의지는 아니었다”며 “반핵운동을 묵묵히 해온 운동가들과 부산시, 정치권, 시민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적인 쾌거”라고 말했다.

1969년 고리1호기 설립은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이었다. 당시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 184만kW 중 31%를 차지했고 1971년 착공시점에서 국내총생산의 약 5%에 달하는 1560억 원이 투자됐다. 또 당시의 원전기술은 모두 선진국에서 습득한 기술이었던 반면, 고리1호기 이후에는 관련 산업의 기반이 다져져, 최근 UAE 원전건설을 위해 국내 원전 건설·운영기술 수출했으며 올해 5월 기준 현지로 2400여명의 인력이 파견 근무 중이다.

고리1호기는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3.1년 치(465.5억kWh,2013년), 국내 전력사용량 1위 공장인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26.2년 치(55억kWh)의 전력을 누적 생산했고, 작년도에만 45.4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전력수급에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준 고리1호기는 이제 원전해체산업의 문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1호기는 2차 운영만료기간인 2017년에 운행 정지된다. 아직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해체센터)'도 유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져 불안의 목소리도 높다.

2013년 정부는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폐쇄에 대비하고자 영국과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방사능 오염물질 회수에 쓰이는 첨단 로봇, 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방사성 핵종 처리기술 등 5개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 중이다. 외에도 고리1호기 해체를 계기로 다양한 방안이 추가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원전해체사업의 실무를 총괄할 한전KPS도 3월 달 경주 문산의 제2산업단지 1만 부지를 매입했다. 이 부지에는 공장과 원자력종합서비스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실무에 적합한 조직을 꾸림으로써 내부 시설의 비파괴검사 등 원자력정비기술과 해체기술 실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가 있는 부산광역시에서도 해체 보도 이후 해체산업 발전에 더욱 힘쓰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원자력시설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를 설립해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17일에는 고리 원자력본부에 직접 방문하여 “해체 시에는 주민안전 확보와 피해를 제로화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정책을 통해 “부산이 원전 해체 신기술을 보유한 특화도시가 되어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와 산업을 분리하는 원칙으로 일자리산업실과 신성장산업과에서 이원화돼 운영되었던 기존 원전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서병수 시장은 보다 체계적인 운영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 업무를 시민안전국 원자력안전과로 이전하였으며, 새로운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해체산업에 집중하다 약 2년 더 운영될 고리1호기의 안전에 소홀할 수 있는 부분도 짚었다. 한수원에서는 Task Force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진행을 계획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인출, 배수·격리, 안전관리 등의 절차를 거쳐 해체 완료까지 최소 1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해체이후 폐기물산업과 전주기적 폐기산업 체제를 완비하고 지자체 및 주민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원전지역 상생발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렇다하더라도 고리1호기의 해체에는 해외의 기술과 인력이 절실한 게 사실이다. 전 세계 폐로가 진행 중인 92개의 원전 중, 고리1호기와 같은 산업원전은 겨우 16개에 불과하다. 보편화되지 않은 작업이고, 폐로 핵심기술 38개 중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은 17개다보니 더욱 확실하고 완성도 있는 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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