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도시가스사 불협화음 농촌에 '불똥'
가스公·도시가스사 불협화음 농촌에 '불똥'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10.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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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잠자는 주배관서 126억 손실 발생”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소외지역을 줄이겠다’는 가스공사 정책이 허점을 드러냈다. 도시가스를 공급하려면 민간 사업자와의 협업이 절대적인데, 손발이 맞기는커녕 삐그덕거리고만 있다.

감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가스공사 경영관리 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발표했다. 요구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강원도 강릉시를 비롯한 36개 시·군에 가스공급 시설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 시·군 가운데 보은군을 포함한 5개 지역의 경우 공급시설이 들어온 뒤 424일(올해 2월 28일 기준)이 지나도록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983일 동안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공급시설도 있다.

가스공사가 이곳에 설치한 공급시설의 몸값은 무려 163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만들어만 놓고 사용을 못하는 사이 감가상각비와 운영유지비, 금융비용 등 126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가스공사로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가스공사와 손을 잡았던 도시가스사들이 갑자기 입장을 틀면서 사업이 멈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주배관에서 일반 가정까지 배관을 연결하는 부분은 도시가스사의 몫이다. 도시가스사들이 발을 빼면 사실상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지난 2008년 말 ‘천연가스 보급 확대 공급망 건설 기본계획’을 마련해 지난해까지 42개 시·군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스공급 대상 지역 주변에 주배관과 공급관리소를 설치하는 등 여러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천연가스 공급규정’에 따라 도시가스사와 가스수급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도시가스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떼버렸다. 가스공사의 사업에 ‘성실히 동참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업추진 이행각서’는 쓰긴 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손해날 게 뻔한 사업에 투자를 할 순 없다는 게 도시가스사들의 입장이다.

감사원은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 사이 이뤄지는 가스수급계약에 강제성이 없다보니 이런 문제가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계약 내용에 책임소지를 따질 수 있는 규정이 없다보니 사업이 중간에 흐지부지됐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업무 파트너인 도시가스사들과 선언적 약속만으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약정을 마련하는 등 가스공급시설 설치공사를 보다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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