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LPG차’… 장애인에 불똥 튀어
찬밥 신세 ‘LPG차’… 장애인에 불똥 튀어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10.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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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탓에 경쟁 사라진 시장’ 기술개발 나몰라라
▲ 르노삼성자동차와 대한LPG협회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내 최초로 도넛형 LPG 탱크를 장착한 신제품 ‘SM5 LPLI DOUNUT’를 공개했다.

LPG차가 찬밥 신세로 내몰리면서 그 불똥이 장애인에게 튀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는 ‘도넛형 LPG탱크’를 장착한 신차를 선보였다. 도넛 모양의 연료탱크를 스페어타이어 보관함 속에 집어넣어 트렁크 공간을 대폭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노삼성 관계자는 당시 신차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드디어, 이제야 장애인용 자동차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을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뒷맛이 썩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LPG차가 40여년 전부터 도로를 활보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에서야 이런 기술이 개발됐다는 점에서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다.

‘장애인차에 휠체어를 싣지 못한다’는 비상식이 상식으로 바뀌는 데 무려 강산이 4번이나 바뀐 셈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장애인들은 사실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 승용차가 유일한 이동수단인데, 휠체어를 싣지 못하는 차를 40년 동안 방치했다는 점에서 화가 난다”며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시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PG차 사용제한’ 규정도 아예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료마다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현행 법에서는 LPG차를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택시기사 등만 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는 “시장이 장벽으로 막혀 있다보니 LPG차 시장처럼 작은 곳에는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투자를 꺼려한다”며 “기술개발 활성화 차원에서 시장을 풀어 경쟁을 유도, 소비자가 무섭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LPG차 관련 업계에서도 시장의 비(非)활성화가 장애인 홀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노삼성의 이번 신차 발표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현대·기아차 독점 체제에서 머물러 있던 LPG차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면서 “이 일을 계기로 현대·기아차도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의 소비자 편익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내년 9월이면 경유택시가 등장한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기관 간 협의는 마친 상태로, ‘유가보조금 지급지침’에 대한 입법예고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내년 말쯤 경유택시 1만여 대가 보급된다.  

LPG업계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존 시장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PG시장에서 택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40%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서민 연료인 LPG의 존폐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게 LPG차에 대한 기술개발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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