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에 구멍 난 가스배관… ‘시공사 자율경쟁’ 이대로 좋은가
미꾸라지 한 마리에 구멍 난 가스배관… ‘시공사 자율경쟁’ 이대로 좋은가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09.2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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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계약·묻지마 공사 등 과열 경쟁 피해 결국 소비자가

도시가스 배관을 집집마다 연결하는 시공사들과 해당 지역 주민들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 속에서는 이 같은 분쟁을 조정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도시가스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A지역에서는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배관공사가 잠시 중단됐다. 5곳의 시공사가 서로 배관을 깔겠다고 몰렸는데, 주민들이 이들 시공사 중 1곳을 선택하지 않고 이중으로 계약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공사가 써내는 견적서를 보고 의견을 조율해 사업을 맡길 업체를 골라야 한다. 그런데 시공사마다 사업권을 따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내밀다보니 주민들 입장에선 1곳을 선택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결국 A지역처럼 한 시공사와 계약을 해놓고 또 다시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는 촌극이 전국의 도시가스 공사현장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도시가스 공급이 늦춰져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촌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돈만 받아 챙기고 나몰라라하는 시공사까지 존재한다.

가스배관 공사를 시작하려면 관할 구청 등으로부터 먼저 공사를 위해 도로를 파내도 되는지 허락을 맡아야 한다. 또 도시가스사가 가스를 공급해 줄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권을 일단 따놓고 보겠다는 식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주민과 계약한 뒤 돈부터 요구하는 시공사들이 있다. 이 역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를 막을 중재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공사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나 관할 지자체, 도시가스사 등 누구도 시공사간 경쟁에 관여할 수 없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에 모든 걸 맡겨야 하다보니 시공사간 과다 경쟁이 염려되는 건 사실이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시공사는 가격을 떨어뜨리려 할 테고 그럼 날림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이 위협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들 입장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주민들을 설득하려 밤낮으로 뛰어다니는데 일부 주민들이 계약을 해놓고 나중에 발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주민간 의견조율이 안 되는 책임을 시공사가 지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공사간 완전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주민과 분쟁이 발생해도 끼어들 권한이 없다”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시공사 면면을 꼼꼼히 따져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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