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전파하고 온 ‘과학 한류’
아프리카에 전파하고 온 ‘과학 한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4.05.0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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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제 KERI박사, 에티오피아에 선진 전기기술 전파
▲ 류홍제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 강의를 들으러 2000km 이상 떨어진 도시에서 달려 온 교수님들이 있었을 정도죠”

국책연구기관 연구자가 안식월 휴가를 이용해 아프리카에 한국의 과학기술을 전파하고 돌아왔다. 과학계 안식월 활용의 바람직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추진연구본부 류홍제 박사는 지난 3월3일부터 2달간 안식월을 이용해 에피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에서 단기 초빙교수 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최근 귀국했다.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는 에티오피아 최초의 국립 과학기술대학교이자 에티오피아 두번째 규모로서 한국의 카이스트와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전체 교수진 1000여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교수진의 수준이 높지 않고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하에 선진국의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류홍제 박사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나라를 출장 방문하면서, 선진국보다는 낙후된 국가에 출장을 갔을 때, 보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는데 UST로부터 ASTU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고, 안식월 휴가를 이용해 멀리 아프리카로 교육봉사를 오게 된 것이다.

류 박사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의 연구경험을 통해 습득한 선진 전기기술을 ASTU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에티오피아 기술 개발 계획 수립 등의 자문을 수행했다. 교육은 안식월인 2개월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한학기 3학점 강좌를 2개월 강좌로 압축해 수행했다.

류 박사는 현재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전력전자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압 특수전원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의료, 산업, 국방 등 많은 응용분야를 가지고 있지만, 그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아직까지도 이런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전원들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압 특수전원의 국산화 개발 및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이전 등으로 수입대체 및 국내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향후에도 다양한 응용 연구들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전기자동차, 고속전철, 전기선박과 같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동력을 발생시키는 전기 추진 기술 분야도 그의 주요 연구분야 중의 하나다.

 

다음은 류홍제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

▲안식월 휴가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번에 해외 전기기술 교육 봉사활동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선진국과 또한 후진국 국가들을 출장 방문하면서, 선진국보다는 낙후된 국가에 출장을 갔을 때 보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막연하게 그런 경험들을 통해 언젠가 이런 나라를 위해 제가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특히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연구에 보람을 갖고 매진하면서 대내외에서 다수의 연구업적 및 기술이전 실적 등으로 많은 수상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11년 이후 봉사나 교육과 같은 다른 의미의 보람있고 뜻깊은 일들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를 통하여 아다마과학기술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ASTU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등 선진국가의 우수한 교육인적자원이 에티오피아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교육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1년이 경과한 2013년, 담당자인 ASTU 교학처장에게 가능성을 문의했고, 2-3개월의 안식월 기간동안 Block teaching의 형태로 대학원 수업이 가능하며 간절히 원한다는 회신을 받아 연구원에 안식월 신청 및 교육봉사를 추진하게 됐다.

 

▲ 가르친 과목은 무엇이며, 학생들의 수준이나 반응은 어떠한지

현재 가르치는 과목은 전공 분야인 전력전자와 모터 드라이브와 관련된 두과목이다. 모두 대학원 과정이다.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멀게는 2000km 이상 떨어진 도시에서 ASTU를 방문, 상주하는 교수들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또한 선진교육에 대한 학업열기 및 학구열은 대단하여 이곳 대학원생들의 경우 자청하여 중간 고사 및 학기말 고사 시험을 수업 시간과 별도로 본인들이 할애해서 치를 테니 한시간이라도 많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까지 할 정도다.

 

▲ 현지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나 기타 느낀 점이 있다면

강의를 수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이곳의 교육인프라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정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파워포인트로 수업하는 도중에 정전이 발생하면, 일일이 화이트 보드에 필기해야 하는 어려움도 종종 발생한다. 강의교재의 확보나 강의자료 복사 등의 기본적인 강의 환경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석사학위자 출신인 이곳 교수들의 자질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까닭에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학생들의 지적 학습능력이 있더라도 선진 학문을 가르쳐 줄 지식있는 교수요원이 없기 때문에 이 학생들에게는 효율적인 선진지식 습득의 기회가 매우 제약적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총장님을 비롯하여 한국인 단과대 학장님들은 교수요원의 자질 향상에 역점을 두고 한국의 GKS 장학제도 등을 활용해 이곳 교수요원들을 한국 대학으로 보내 박사학위 과정을 수학하게 하고 돌아와서 에티오피아 교육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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