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독립부처는 선택이 아니다
에너지 독립부처는 선택이 아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2.10.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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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호와 이번 호 두 차례에 걸쳐 ‘에너지·자원 전담부처를 설립하자’는 제목으로 기획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동력자원부가 폐지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에너지·자원 독립부처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독립부처의 부재로 인해 우리의 에너지정책은 뚜렷한 목표점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도, 그러한 전략을 추진할 인적·물적 자산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에너지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재탕·삼탕식 정책에 머물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기계적인 정책만 내놓는 당국의 모습에서 책임의식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렇다보니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바닥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는 그 정책을 믿지 못한다. “저렇게 하다 흐지부지 되겠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책에 대한 불신은 에너지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마저 만들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정책이 질적인 발전을 못하다 보니 전략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해외자원개발은 단순히 자주개발률을 높이자는 원론적인 정책만 계속되고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자는 문제도 정부의 정책의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수출산업 육성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적·물적 자산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조차 부끄럽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사람과 돈’이 가장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관료들 중에도 에너지 전문가는 찾아 볼 수 없고 민간에서도 딱히 내놓을 만한 전문가를 꼽기 힘들다. 사람을 키우기 위한 투자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에너지산업에 대한 정부예산은 휘둘리기 일쑤다.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만 했지 정부 예산에서 에너지부문의 예산은 다른 분야에 밀려 항상 조정되고 축소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에너지 독립부처가 없으니 나서서 밥그릇을 챙길 사람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국내에서 조차 철저하게 관심 밖에 있는 에너지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일지 모른다. 말이 좋아 세계적인 경쟁력 운운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기우(杞憂)일까.

우리는 이번 기획취재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에너지 독립부처를 만들자는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는지, 과연 에너지업계 인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 만큼의 관심과 열의가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 인식은 돼 있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그리고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보기도 했다. 에너지 독립부처의 필요성에 대해 에너지업계 인사들은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당연히 이 문제를 이슈화 해야 하고 정부에, 정권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점은 동자부 폐지 20년의 상처일지 모르지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너무 오랜 세월 방치되다 보니 일종의 패배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권 교체기를 감안한 전략적인 기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절체절명에 빠져 있는 에너지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연히 새로운 정권은 에너지 독립부처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이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동자부 폐지 20년. 자기 집도 없이 표류한 에너지산업이 제자리를 찾고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에너지 독립부처는 선택이 아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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