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K-ETS를 발판으로
위기를 기회로… K-ETS를 발판으로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7.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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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헌제를 옹립하고 정권을 잡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제후들은 낙양으로 가는 첫 관문 사수관에서 불행하게도 동탁측 무장 화웅과 맞닥뜨린다. 강적 화웅이 무시무시한 힘과 기교로 위협하고 나서자 연합군 장수들은 잔뜩 위축되고 만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고자 원술의 부하 유섭이 나가 화웅을 제압해 보려고 하지만 채 다섯 합도 겨루지 못하고 목이 달아나 버린다.

군사들의 사기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연합군측은 얼른 다시 반봉을 내보내지만 안타깝게도 겨우 한 합을 겨루더니만 목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패역한 동탁을 물리쳐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한 거룩한 진군 첫 단계에서 오히려 동탁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흘러나오며 연합군의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때 관우가 나선다. 당시, 관우는 마궁수에 불과했다. 직급도 낮은 자가 건방지게 나선다며 관우를 꾸짖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조조는 이를 진정시키고 관우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따뜻한 술을 한 잔 권한다. 하지만 관우는 술이 식기 전 적장의 목을 베고 와서 마시겠다며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뛰쳐나가더니만 화웅의 목을 단숨에 베어 버린다.

지구온난화를 격파하기 위해 인류가 야심차게 전장에 내놓은 CDM과 배출권거래제 등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상대 진영이 출전시킨 장수가 너무 강한 연유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인류에게 절실한 것은 기존 장수들과 차별화되는 관우와 같은 장수. 그래서 요즘 기후변화 협상가들간에 회자되고 있는 대안이 ‘NMM(새로운 시장 메커니즘, New Market Mechanism)’이다.

‘NMM'은 EU가 야심차게 리드해 온 작금의 탄소시장이 운영도 잘 안 되고 앞으로도 긍정적 요소가 많아 보이지 않자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된 것이다. NMM은 NAMA 등을 포함한 새롭고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을 창조해 저렴하고 참신한 배출권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CDM 등이 지는 태양이라면 NMM은 뜨는 태양에 비유해 볼 수 있을 성 싶다.

실은 NMM은 EU가 지금까지 형성해 놓은 탄소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글로벌 사회도 이를 외면하며 하나둘 떨어져 나가니까 다시 한 번 모두를 결집할 수 있는 새롭고 합리적인 온실가스 저감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지구온난화와 싸워보자는 의도에서 탄생한 것이다.

최근 스위스도 신규 온실가스 저감 사업에서 발생된 배출권을 사용해 1990년 기준 2020년까지 20%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자신들의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CDM 등에 실망하고 손실을 입은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자발적 탄소배출권(VE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골드 스탠다드 VER(Gold Standard VER)'같은 경우 환경건전성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5~15유로 사이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가격은 프로젝트의 유형이나 장소, 특히 사는 사람의 구매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현재 CER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워낙 낮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미 등록된 CDM사업들의 경우에도 다시 검인증 과정 등을 거쳐 골드 스탠다드 라벨을 새로 획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마케팅만 잘하면 CER가격에 골드 스탠다드 VER 가격을 더한 금액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혹시 CER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이 라벨이 최저가격은 보장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170개의 골드 스탠다드 프로젝트 중에서 약 80여개가 기존 CDM에다 골드 스탠다드 라벨을 얹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 경우 약 6~10개월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기후변화 및 탄소시장의 판도는 현재 핸들을 쥐고 있는 EU로부터 차기 주자에게로 차츰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원에서 호주, 중국, 한국 등이 배출권거래제 조기시행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초기시장 진입자의 이익을 누리며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현재의 탄소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015년부터 시행되는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미래시장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도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자세로 조기에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미래 탄소시장의 리더로서 활약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반 위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수십년간 먹고 살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해 내겠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K-ETS를 발판으로!’
필자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표어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위기에 투자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 모두가 허리띠를 꼭꼭 졸라맨 상황이라면 부자가 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찬스이다. 모두가 주춤할 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그런 후 회복될 경제를 기대하며 세계 최고의 관련 시스템과 노하우, 전문인력 등을 양성하여 드높은 진입장벽을 쳐놓는 것이다. 물론 리스크는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한국이 여러 가지 난관과 반대를 무릅쓰고 배출권거래제를 강행한 이면에는 이를 통해 산업의 에너지효율화를 달성하고 청정기술개발을 유도하며 특히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국제 기후변화협상을 한국이 리드해 글로벌 탄소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거룩한 야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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