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나비효과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승인 2012.04.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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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나비의 작은 날갯짓 처럼 작고 사소한 움직임 하나가 파장을 일으켜 가다가 이외의 곳에서 커다란 폭풍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 나비효과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어제 상하이에 살고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부드러운 날갯짓이 오늘 아침 서울에 불어 닥친 거대한 폭풍우의 원인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는 탄소시장을 독화살에 부상당한 관우에,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EU를 화타에 비유해가며 작금의 탄소시장 현황을 살펴보았다. EU가 결연히 메스를 집어든 이상 뼈를 깎는 아픔과 출혈까지도 각오하겠다는 탄소시장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이해관계가 상이한 EU 회원국 27개국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버리고 의견일치를 이루어야만 EU가 마음 놓고 탄소시장 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유럽 탄소시장에서 활동 중인 한 지인은 EU는 어떻게 해서든지 탄소시장을 살려내려고 애를 쓰고 있기 때문에 회생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해왔다.
실상, 이에 실패한다면 탄소시장은 거의 붕괴 수준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EU는 사생결단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추된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탄소시장은 지금 탄생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요, 아직까지는 EU 27개국 간 입장차가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저쪽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탄소시장의 위기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여러 곳의 배출권거래제 추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며 나비효과의 이론을 검증해 보고자 한다. 우선 호주.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호주는 최근 이를 추진 중인 기후변화부의 인원을 2012년 내에 단계적으로 1/3 가량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과 배출권거래제의 착수는 무관하다고 호주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도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목표로 관련 법안(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의 제정을 추진했고 2월 초 국회 기후특위까지 통과했으나 지난 2월 27일 개최된 법사위에서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갑자기 한 의원에 의해 제기되면서 결국 계류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제18대 국회의 임기가 5월 말이면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통과시키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제19대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입법절차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2013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제는 약 360개 기업의 600여개 사업장이 포함될 예정이지만 이에 따르는 진통도 만만치 않다. 거래제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분노한 주민들의 모임’ 같은 단체나 석유, 가스 기업들의 거센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의 설계, 운영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대기보전국(CARB)은 이러한 소송들로 인해 배출권거래제의 추진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결연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혀 영향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다행히 뉴질랜드에서는 2010년 7월, 배출권거래제가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운영이 되고 있는 중이며 CER도 유통이 되고 있다. 중국도 2013년부터 북경, 상하이, 광동, 천진, 충칭, 허베이성, 선전 등에서 시범적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특히, CCCR(중국 CER)도 유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CCR이란 중국내에서 CDM사업 등록에 실패한 프로젝트들이나 자발적 온실가스감축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NDRC(중국개발개혁위원회)가 자체심사를 거쳐 발급해 주는 배출권이다.
EU에서의 탄소시장 위기는 세계 주요국들의 탄소배출권거래제에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좋은 반대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EU-ETS 또한 타국들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활발히 운영되어야지 이들을 상호 연계하여 거대하고 단일화된 글로벌 배출권거래제로까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겠지만 현 상황은 이와는 거꾸로 가며 많은 나라들의 배출권거래제도의 추진동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 현재 진행 중인 EU의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이 어떤 반전작용을 하여 다시금 각국의 배출권거래제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한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내리막이 끝나면 언젠가는 오르막이 온다는 것을 알고 경험칙으로 알고 이에 미리 대비한다.

현재 롤러코스터를 타고 바닥을 향해 질주하는 탄소시장도 어느 새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솟구쳐 올라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탄소시장의 붕괴만은 막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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