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위에 놓인 새 ‘피닉스’
불 위에 놓인 새 ‘피닉스’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2.02.2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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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자원재생 프로젝트 이미 시작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공항을 여름에 내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동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공항 밖을 나오는 순간 대지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불꽃과 같아서 참을 수 없다는 느낌. 이름 그대로 ‘불사조’의 도시라는 느낌.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락은 그의 저서 ‘지구의 복수’에서 피닉스는 2040년까지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그의 종말론적인 예언이 맞아 가듯이 피닉스에 관한 것도 심상치 않다.

작년 6월 어느 날 아침, 피닉스의 시민들은 지붕과 자동차와 길 어디에나 덮여 있는 먼지에 아연실색했다. 미세한 먼지는 덧문을 한 창문 틈새로도 들어와 집안의 의자와 가구에도 뽀한 먼지층을 만들었다. ‘하부브(Haboob)’라고 불리는 이 괴물 먼지폭풍은 높이가 2마일, 길이가 50마일이나 되면서 인근 도시 투싼에서 조성되어 시간당 약 30마일의 속도로 피닉스로 진입해 왔다. 동영상을 보내며 이 현상을 보도하던 NBC의 브라이언 윌리암스 아나운서는 “한 도시를 삼킨 먼지 폭풍”이라고 불렀다.
피닉스는 한때 결핵이나 호흡기 질환, 관절염 환자에게는 천국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이 곳에 오면 깨끗하고 건조한 공기로 인해 증세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피닉스는 사막에  있는 도시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선인장과 쟈슈아나무 숲이 울창하고 그 사이로 방울뱀이 다닌다. 1만7천 평방마일에 달하는 피닉스 도시권은 300마일 밖에 있는 콜로라도 강에서 운반해 오는 물에 의존해 살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의 물과 전기를 공급해 오는 후버댐은 20년째 가뭄이 계속되어 강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낮다.
더욱이 1990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도시 개발로 피닉스는 미국의 다른 주보다도 화석 연료로 인한 공해 물질 배출량이 3배나 더 빠르게 증가해 왔다.
2005년에는 미국폐협회에서는 피닉스를 전국에서 오존과 공해 피해가 가장 높은 주로 지적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피닉스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막 위에 이루어 놓은 삶이 어느 때라도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뉴욕대학의 사회·문화학 교수 앤드류 로스가 펴낸 책 ‘불에 타는 새(Bird on Fire):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이 적은 도시에서 배우는 교훈’에서 나타났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2년 동안 수 백명의 피닉스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피닉스의 지속불가능성은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2009년 IPCC 연구에 참가한 기후학자 조나단 오버백은 주 정부 하원 환경위원회에서 “가뭄의 빈번해지고 기온이 올라가며 토양의 습도가 낮아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위험 직전이 놓여 있다. 미국에서 최악의 상황이다”고 경고했다.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가 기후변화 시대에서 큰 악재로 많은 기후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2007년 사이언스지 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미국 서남부에 영구적인 가뭄’이 온다는 것을 발표했고 2007년에는 NOAA에서 ‘현재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앞으로 1000년 동안 계속 진행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서남부와 지구 전체에 영구적인 먼지 폭풍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에는 NCAR의 연구에서 ‘탄소 배출이 현 상태에서 조금만 더 증가해도 다발적인 가뭄이 지구 전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피닉스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났다. 아마 지속가능한 피닉스를 향한 씨가 싹트는 계기일 지도 모른다.

‘불 위에 놓인 새’의 저자 로스 박사와 함께 민간, 전문가들이 패널 멤버로 피닉스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한 진지한 토의가 있었다. 시의 지속가능성 계획과 함께 법안으로 이미 확정된 ‘길라강 인디안 사용권’으로 인한 지속가능한 물의 사용 계획이 추진이 논의되었다. 애리조나의 인디안들은 애리조나 주내의 3분의 1의 강의 물의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파괴된 자원을 다시 자연 상태로 돌리는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 로스는 이를 ‘생태적 정의’라고 부른다. 더욱이 예술가들이 환경운동가로 나서서 지원하는 환경시민연대의 운동도 고무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로스 박사는 “한 도시가 천재지변으로 붕괴되는 헐리우드의 영화 그 스토리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처럼 갑자기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고 천천히 갈 뿐이고 영화를 다 찍는다 하더라도 그 영화는 영화관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 뿐입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클라이밋 프로그레스’ 블로그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남겼다.

미국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이 없는 도시 애리조나, ‘불 위에 얹혀진 새’가 살아 날 수 있을 지 아니면 러브락 박사의 예언대로 2040년에 불에 타서 없어질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피닉스를 ‘영원한 불사조’로 남게 하는 일은 피닉스인만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후와 하늘과 바다는 한 나라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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