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대란 ‘전화위복’ 기회 삼자
정전대란 ‘전화위복’ 기회 삼자
  • 한국에너지
  • 승인 2011.09.26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 발생한 초유의 정전사태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정상화가 됐고 다시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정전사태가 준 충격은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나중의 알게 된 일이지만 정전사태에 도달하게 된 과정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고 아무 예고 없이 전기를 끊어버린 것도 어떤 이유를 대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국민적 분노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때마침 열린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정전사태의 성토장이 됐다. 주무장관은 물론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한전 사장은 의원들의 호통에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저 “죄송합니다”는 말을 되 뇌이고 있다.

사실 사태의 심각성을 놓고만 보면 수 백 번 잘못했다고 해도 부족할 것이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도저히 보여서는 안 될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과정 속에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관련자들의 문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번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사태를 보지 말고 이번 정전이 우리 전력산업에 어떤 메시를 던져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무적으로 이번 정전사태는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새로운 변수를 감안해 수요예측 시스템을 개선하면 될 일이다. 그 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우리 전력산업에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전사태 이후 제기되고 있지만 과연 지금의 전력산업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전력산업은 한전에서 발전부문만 분리하고 송배전을 분리하지 못한 기형적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 지금의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그러다가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앞으로 나갈 것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인가는 누구도 모른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전기요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매번 기획재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이 문제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국민소득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보다 우리 국민들이 전기를 더 많이 쓰는 현실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요금 현실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시장논리에 입각한 요금 현실화 없이는 에너지절약은 기대할 수 없다. 가격에 의한 통제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무리 공급을 늘리더라도 지금의 전기소비 증가 추세를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요금 인상은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혜택을 본 산업용은 반드시 현실화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혜택을 봤으면 이제는 쉬운 말로 돌려줄 때가 됐다.
예비율에 대한 문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과연 적정 예비율은 어느정도인가. 과거 예비율이 10%를 넘는 것은 전력설비를 불필요하게 많이 건설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전사태를 겪으면서 적정 예비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공급 확대를 의미한다. 물론 수요를 줄이면 예비율이 높아지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예비율 제고는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인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수요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전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이 과제를 해결해 우리 전력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정전대란은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는 지혜로운 자에게 있어 기회가 된다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이 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