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불변의 법칙
총량불변의 법칙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1.08.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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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애 기자
“정부가 주유업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최근 주유업계와 관련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들이 연일 이어지자 주유소협회에서 직접 반박하고 나서며 한 말이다.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대안주유소,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등 정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더니 결국에는 고유가에 대한 책임을 주유소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세계적으로 고유가는 피해갈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것이 정부의 딜레마다. 정부는 고유가에 불만이 높아질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어떠한 정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선택 여지는 많지 않다. 국민들에게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와 주유소를 겨냥하는 것이 첫 번째 일 것이다. 지난 4월 정유사의 100원 할인정책은 그 결과이며 대안주유소, 대형마트 주유소 역시 이같은 정부 고민의 산물이다.

이같은 압박에 주유소업계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주유업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업계의 ‘실상’을 설명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주유소업계의 ‘실상’을 토대로 한 책임론이 과연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는가이다. 주유소협회는 현재 주유소 수가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에 따라 3382개에서 1만2933개로 4배나 증가됐다고 밝혔다. 4배나 증가된 수로 인해 개별 주유소의 월평균 판매량이 같은 기간 1973드럼에서 976드럼으로 떨어져 손익분기점인 1000드럼에 못 미치는 주유소가 전체의 66.8%나 된다고 덧붙였다. 또 주유소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마진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도 짚었다. 주유소업계는 이런 문제점들을 나열해 ‘이같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지난해 말 주유소 수는 처음으로 1만3000개를 넘어섰다. 그동안 꾸준히 주유소의 적정 수는 7000여개라는 지적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주유소 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주유소업계에서 ‘열악한 상황’은 엄밀히 말하면 주유소 수의 과잉이란 내부의 요인도 있음을 외면하면 안 된다.
열역학 제 1법칙에는 ‘총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 자동차를 몰고, 주유를 하는 수는 정해져 있는 와중에 주유소 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개별 주유소의 판매량을 감소시켜 결국엔 전체 주유업계를 ‘열악’하게 만들고 만다. 주유소업계는 열악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에서 몸짓을 줄이기 위한 자정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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