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과 해외자원개발
지질학과 해외자원개발
  • 충북대학교 이철우 박사
  • 승인 2011.06.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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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대학교 이철우 박사
지질학은 인간의 지각에 대한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인류에게 필요한 식량자원은 암석의 풍화산물인 토양에서 나오며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자원은 지층에서 산출되고, 우리의 안전을 위해 지진이나 화산, 홍수 등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혁명이래로 인류의 주에너지원이 된 화석연료는 지질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탐사 개발 생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지구시스템내의 물질과 에너지 순환이 지질학의 주요 연구주제가 되었으며, 지열에너지와 같은 그린에너지도 지질학의 연구 분야이다. 아울러 지질학은 오랜 지구역사를 재구성하여 봄으로써 인류의 위상과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질학은 문명사회의 토대를 위한 자원의 수급능력을 좌우하며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어 쓰던 석기시대 이래로 지층과 암석에 관한 이해는 한 사회의 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지질학에 기초한 탐사사업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재화를 경제시스템에 공급하여 경제규모를 키운다. 기존의 재화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처리하여 가치를 덧붙이기 보다는 이제까지 활용되지 않았던 물질을 경제시스템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과 차별화 된다. 물론 지질학이 탐사해낸 물질의 수요창출은 기술적 진보에 달려있다. 작금에 뉴스거리가 된 희토류가 그런 예의 하나다.

디지털시대의 첨단정보기술도 결국은 소프트웨어의 실행을 위한 하드웨어의 구축에 달려있는 만큼 반도체부터 이차전지까지 다양한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는 소재물질의 공급은 현대산업의 기초 가운데 기초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각내의 각종 자원의 기본적인 성인과 분포양상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지질학의 역할은 첨단산업의 발달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에너지와 소재원료를 대부분 수입으로 충당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해외의 자원부존 정보의 축적과 활용이야말로 국부를 창출하는 토대라 할 수 있다. 이는 해외자원개발의 성공뿐만 아니라 해외 광물 에너지 자산의 적절한 평가능력으로 이어져 관련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자원개발의 실사는 장부상에 잡히지 않는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능력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실사에 참여하는 지질학자는 관련자산의 실제가치, 불확실성, 그리고 개발에 영향을 주는 제약요인에 관한 정보를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권자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자원관련 기업이나 이 부문의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금융기관에서 지질학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지 않는 듯하다. 현재는 이런 필수적인 조사평가과정에서 국내의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보다는 외국 조사평가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외국의 전문조사평가기관 또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평가를 의뢰한 고객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하고 그에 따라 일정부분 의뢰 고객의 필요에 부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독자적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실무자들과 면담하거나 의뢰고객이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실상을 적극적으로 밝혀주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현 상황이 초래된 배경에는 필자와 같은 지질학자가 그런 관점에서 사회에의 기여를 생각하지 않고 학문적인 관심에 머물러 왔으며 현장경험이 부족하며 지역전문가가 부재한 탓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위상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는 우리가 해외자원개발에서 적절한 자산평가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업의 기회가 축소되고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원의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손쉽게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부존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으며, 자원부존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자원가치를 최대한 개발하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석유가스분야의 개발추세를 보면 세부적으로 전문화된 서비스 기업의 아웃소싱을 통한 운영이 자리 잡았다. 이는 부동산개발회사가 사업구상과 자본을 모아 건설회사와 전문가에게 그 실행을 맡기는 방식과 같다. 다시 말해 해외자원개발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부동산의 사업아이템과 수익성을 판단할 줄 아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능력처럼, 자원관련 투자사업의 잠재적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당 지역의 현지 전문가와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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