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 논의, 꼭 지금 필요 한가
탄소세 도입 논의, 꼭 지금 필요 한가
  •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
  • 승인 2011.05.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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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
유난히도 오래 지속되었던 추위가 물러나자 봄기운과 함께 황사의 시즌이 시작되었다. 서울을 기준으로 황사 일수는 지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3.9일 정도에 그쳤지만, 2000년대 들어선 12.2일로 3배 이상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무려 15일이나 발생했다.

올 봄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중국 북부지방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강한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와 지역을 떠나 일상생활 및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황사의 피해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전 지구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정부는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총량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지난해 4월 도입하였다. 더 나아가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하는 기업들에게 배출권 잉여분 판매를 통한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여 녹색기술개발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지난 2월 28일 배출권거래제 법안을 재입법예고 하였다.

그러나 두 제도가 시행, 정착되기도 전에 또 다른 제도인 탄소세 도입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 제도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탄소가 함유된 화석연료의 사용량에 따라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여 화석연료의 소비를 감소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1990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덴마크,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 중소 경제규모의 OECD 국가들이 소득세, 사회보장세, 법인세 등 기타 일반 세제에 대한 부담 완화와 연계하여 세수 중립적 방법으로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분위기에 따라 우리 정부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및 시행령에서 환경친화적 조세 관련 규정을 두어 탄소세에 대한 논의 및 도입 근거를 마련하였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측면에서 탄소세 도입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소세를 부과하면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하여 고효율 생산설비의 도입이나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촉진하게 된다. 이는 전체 산업구조를 보다 저탄소 집약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체 세수입 가운데 환경 관련 세금 비중이 9.44%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 중 한국보다 환경세 비율이 높은 국가는 없다.

새로운 환경 관련 세제의 도입은 산업부문의 생산요소비용 상승을 유발하여 경제 전체의 경쟁력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더 나아가 우리 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탄소세가 모든 제조업에 도입될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2020년 실질생산량은 2.08%, 고용은 1.17%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최근 연구는 탄소세 도입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6백만톤으로 미미하나 생산액은 약 21.6조원, 고용은 168천명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는 탄소세 시행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안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추고 있어 온실가스 추가감축 여력이 낮은 여건 하에서도 정부의 목표 달성을 뒷받침 하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국가 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추가적인 보완이나 수정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추진 시 충분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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