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적 유사석유판매와 ‘전쟁 중’
지능적 유사석유판매와 ‘전쟁 중’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1.04.1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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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내부 격벽 설치·유사 조정장치 전등 스위치 위장 등 수법

▲ 이천호 석유관리원 이사장(가운데)이 유사석유 판매 적발주유소의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석유관리원이 지능적인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지능화·첨단화 되고 있는 유사석유판매업자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연초 특수장비와 베테랑 검사원으로 구성된 ‘지능검사팀’을 신설하고 각 지사의 검사업무를 체계적·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유사석유를 판매하던 주유소를 대거 적발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리모컨, 이중배관, 원통형이중탱크를 이용해 단속을 피하는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석유관리원의 단속이 강화된 만큼 유사석유 판매 수법 역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최근 적발된 경기도 수원시 소재 S주유소는 기존에 설치된 지하저장탱크 안으로 들어가 작은 철판 조각을 하나하나 용접하는 위험한 방식으로 박스형태의 비밀탱크를 이중으로 설치했으며 남양주시 소재 Y주유소는 같은 방식으로 저장탱크를 반으로 나누는 ‘격벽식 이중탱크’를 설치해 유사석유를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관리원이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주유기뿐만 아니라 지하 저장탱크에 보관된 석유까지 채취하자 원통형이중탱크를 설치해 작은 원통에만 정상석유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온 것이 1단계 진화라면 단속반이 탱크 내부까지 확인하자 쉽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정상석유를 담는 탱크 크기를 확대하고 벽을 만드는 방식이 2단계로 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능화된 방식을 간파한 석유관리원 단속반은 특수장비를 이용, 탱크 내부를 샅샅이 조사해 결국 이들의 덜미를 잡았다.
유사와 정상석유제품을 번갈아가면서 주유하기 위한 조작장치 역시 진화했다. 책상 아래에 스위치를 숨겨서 조작하던 방식이 적발되자 차량키, 전자계산기 등 다양한 형태의 무선 리모컨을 이용했으며 이 또한 석유관리원의 단속반에 적발되자 사무실의 기본 장치를 가장한 조작 장치로 또 한 번 변신했다.

실제로 인천시 소재 O주유소는 버튼 형식의 회로기판을 설치해 주유기를 쉽게 조작해 유사석유를 팔았으며 수원시 소재 S주유소는 주유기 전원 스위치를 가장했고 시흥시 소재 N주유소는 전등 스위치로 위장한 조작장치를 이용하다 적발됐다.

주유원의 신발 바닥에 자석을 부착해 일정 위치의 바닥을 밟는 방식과 장갑에 자석을 부착해 주유기를 만지면 유사석유가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불법유사석유를 판매해온 인천시 소재 I주유소와 S주유소도 단속반에 포착됐다.

단속이 강화되자 불안했던 일부 주유소는 조작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주유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주유기 바닥에 조작 신호의 수신 여부를 알려주는 작은 램프를 설치하는가 하면, 광고용 LED 전광판에 일정 신호가 보이도록 하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동원되고 있다. 수원시 소재 S주유소는 주차요금 징수를 위해 주차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차량번호판 자동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속반으로 의심되는 차량은 물론, 정비업소 등 차량 전문가들의 번호를 저장해 놓고 차량 진입 시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김포시 소재 A주유소는 단속반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진입하는 경우 사무실에서 경보스위치를 누르고 주유원들은 자신이 차고 있는 시계모양의 수신기를 통해 진동을 느끼면 정상석유제품을 주유하는 식으로 유사석유를 판매해 오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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