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저탄소사회로 가는 길
녹색 저탄소사회로 가는 길
  • 이철우 박사
  • 승인 2011.01.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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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박사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타기를 배웠던 예전 세대에게 자전거 타기는 넘어질 위험을 감수할 만큼 큰 열정에다 어느 정도의 신체적 발달과 도전정신을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변에 귀한 자전거가 있어야 했다. 그런 여건을 갖춘 아이들 가운데 키가 작아 안장에 앉으면 발바닥이 페달에 닿지 않는 친구들은 안장에 앉지 못해 두 발만 페달에 얹은 채 핸들을 잡은 두 손으로 상체의 균형과 자전거의 방향을 조절하면서 묘기에 가까운 자전거 타기를 즐기기도 하였다.

필자는 그런 열정적인 친구들을 부러워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준 형님의 도움으로 겨우 자전거타기를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세발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이 보조바퀴가 달린 일반 자전거로 자전거타기를 익힌다. 보조바퀴가 제공하는 안전에 의지한 채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익힌 방향전환 및 속도 조절 감각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전거타기의 요령을 자연스레 터득해 나간다. 

문명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에너지의 역할과 에너지를 얻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성숙을 감안하여 에너지의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사회와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사회는 세발자건거 타는 사회와 두발 자전거 타는 사회로 비유해 보고자 한다.
현재 전세계는 온난화 문제와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우려로 화석연료 사회에서 벗어나 녹색저탄소사회로 나아가려 노력중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의 한 가운데서 화석연료 특히 석유 및 가스 자원의 탐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에너지 수급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네 가지 키워드는 지역성, 보완성, 기술성, 장기적인 목표다. 한 마디로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장기적인 전망에서 기술적 진보를 통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대상이며 앞으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국지적인 에너지 수급을 제한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실정은 여러 에너지관련 연구 기관 및 업계에서 추정하는 2030~2050년도 전세계 에너지 수급전망에서도 확인된다. 예로써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30년에도 전세계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17.5%(수력 및 원자력 포함)만을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섣부른 환상은 금물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정당하다고 방법의 효율성과 정당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언제나 그 과정이라 생각한다.

세발자전거에서 두발 자전거로 바꿔 타는 과정에서 보조 바퀴가 담당하는 역할처럼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담보하여 녹색저탄소 사회로 순탄하게 진입시킬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은 어차피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뿐만 아니라 전기의 수급을 다루는 에너지 산업은 일반적으로 투자 규모와 시간, 투자에 따른 위험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다른 산업활동과 차별된다.

그런 만큼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넓은 시간적 관점과 에너지 수급의 현실을 짚어 보지 않으면 상당기간 동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현재의 기술수준과 에너지 구성비율을 보면 화석연료자원의 수급확보는 미래 녹색저탄소사회로 가는 교두보를 구축하는 셈이다. 교두보가 없는 상륙작전에는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며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슴에 주목하고 녹색저탄소 사회로 가는 길에서 자전거 보조바퀴의 필요성과 역할에 비추어 화석연료를 다루는 에너지 산업을 되짚어 보자고 하면 몽니부리기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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