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 아시안게임을 교훈삼아
에너지안보, 아시안게임을 교훈삼아
  • 김효선 박사
  • 승인 2010.11.2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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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촌스러운 스포츠팬이다. 4년에 한번 씩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고, 2년에 한번 씩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빠진다. 다행히 영화 ‘더 팬(The Fan)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같은 광팬은 아니다. 즉, 배구도 2년에 한번, 핸드볼도 2년에 한번 보지만 누구보다도 신이 나서 보는 반짝 팬이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스포츠게임 해설자로 활동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게임을 보면서 내가 뽑은 MVP는 세 명이다. 첫째는 수영의 박태환선수가 아니라 볼코치, 둘째는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이효정선수, 셋째는 역도의 장미란선수다. 선수도 아닌 볼코치를 첫째로 꼽은 이유는 그만큼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200m와 400m의 세계적 선수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박태환선수가 1500m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단호히 거절한 볼코치. 정말 코치의 역할이 단순히 선수의 기량을 키우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보호하는 것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코치다운 코치이다. 우리는 워낙 자원이 부족한 땅 위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인적자원이건 물적자원이건간에 1등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 1등에게 때로는 맞지 않은 옷을 입혀가면서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물론 결과가 기대에 못미칠 땐 처절한 응징도 보장한다. 때문에 볼코치의 언론플레이는 매우 영리하면서도 현명했다.

둘째, 배드민턴의 이효정선수는 이용재면 이용재, 신백철이면 신백철, 파트너의 기량을 200% 증폭시키는 촉매같은 선수이다. 아마 이효정선수가 여유를 보이지 않고 중국선수들 앞에서 떨었다면 신백철 선수는 으레 빅매치는 떠는 것을 덕목으로 인식하고 평생 게임을 떨면서 임했을 것이다. 이제 신백철 선수는 어떠한 상대를 만나도 자신있게 게임에 응할 것이고 또 이효정선수가 파트너를 배려하는 자세를 그대로 후배에게 베풀 것이다.

셋째, 장미란 선수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약한 허리를 보강하기 위하여 기초체력을 강화한 결과 용상에서 무리수를 두는 배짱을 보여주었다. 물론 장미란 선수가 멍수핀보다 가벼웠다는 것도 염두해 두었지만 정말 짜릿한 승부수였다.
우리가 에너지안보를 바라보는 시각도 때론, 박태환에게 1500m를 기대하는 것과 같이 지나친 정량적 수치(자기개발률과 같은)에 매달려 있지는 않나, 혹은 이용대-이효정으로 고정된 파트너쉽에 고착되어 있지는 않나, 때론 장미란처럼 불의의 사고로 약해진 기초체력에 대하여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해외 자원개발이 엄청난 재원조달이 따라주어야 하며 우리나라 실정이 늘 부족한 자금력 때문에 빅플레이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사실을  목격해 왔다. 최근 중국개발은행이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빌려주면서 원유현물을 공급받기로 체결한 협정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10조는 2013년 국내 한 공기업의 자원개발사업에 투입되어야 할 총 재원조달 규모와 맞먹는다. 그 10조를 마련하기 위하여 공기업이 취할 수 있는 재원조달은 결코 녹녹치 않다. 현정은의 현대건설 인수 후 재원조달로 골머리를 싸맬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원조달은 향후 공기업 경영진단 시 반드시 발목을 잡을 것이다. 여기에 뭇사람들은 공기업이 부채로 부채를 돌려막는다는 질타만 가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경영평가니 기관장평가니 하면서 부족한 잣대에 맞춰 일등과 꼴등을 골고루 나눠먹는 웃지 못 할 촌극도 계속될 것이다.

200m와 400m에 특화된 선수는 기초체력이 1500m까지 뛸 수 있게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에너지안보를 위해 각자 주어진 역할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함께 뛰고 있는 친구의 상태를 돌아볼 여유가 없이 달려왔다. 이제 에너지안보를 위해 서로가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자축의 중간평가를 하고 다시 전력을 가다듬어 새로운 도전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기초체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상대의 장점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파트너쉽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와 에너지공기업, 그리고 금융기관의 파트너쉽에 대한 다양한 매치메이킹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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