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기름유출 사고, 인간이 만드는 재앙
BP 기름유출 사고, 인간이 만드는 재앙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5.17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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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둘러싸고 있는 플로리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의 해변가는 유난히 모래가 희다. 모래의 성분이 쿼즈 크리스탈(수정)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백사장에 푸른 바다는 하얀 모래와 어울려 바닷물이 에메랄드 빛이 된다.
마이애미, 키웨스트 등은 미국 대학생들이 봄 방학이면 몰려들고 헤밍웨이가 말년을 보낼 정도로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하얀 백사장위에 야자수 그늘이 늘어지고 나른하고 게을러지게 만드는 따뜻한 날씨에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각양각색의 열대어들 그리고 찬란한 색깔을 저마다 뽐내며 맘껏 자라는 꽃들과 식물들, 하늘의 새들조차 긴 꼬리들을 달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날아다닌다.

이곳은 미국의 어장일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정화 작용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늪지대가 많은 곳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요새 마당에 내려서면 주유소에서보다 심한 기름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BP의 기름 사고가 일어난지 벌써 23일째, 매일 20만 갤런의 기름이 심해에서 치솟아 올라와 해변으로 밀려온다. 이미 돌고래 6마리가 죽어서 백사장에 떠내려온 것이 보고됐다.
때론 어떤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해 준다. 유튜브, 트리허거, 플래닛 그린 등의 웹사이트에는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비디오로 가득하다.

BP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사고 현장 사진들, 루이지애나 해변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바다거북, 해변에 해초에 감겨 즐비하게 널린 크고 작은 죽은 물고기 시체들, 늪지대에서 자라는 갈대 줄기에 감긴 기름, 이 지역 챤드리아섬의 야생동물 보호지역에서 연구원들에게서 치료받고 있는 목에 기름이 묻은 갈색 펠리칸들. 멕시코만에 산란을 하는 푸른 지느러미 삼치, 이 삼치는 이미 90%가 줄어들어 보호동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어장이 폐쇄되면서 어촌에 모인 어부들의 화난 것 같으면서도 울 것 같은 얼굴들. 그러나 재앙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미 300~500만 갤런으로 추정되는 원유가 유출됐고 매일 20만 갤론씩 추가되고 있다. 언제 밸브를 잠그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기후과학자 죠지 롬은 그의 블로그에서 ‘유출(spill)’이 아니라 ‘화산 폭발’이 더 맞다고 한다. 21년 전 알래스카 해역에서 일어났던 엑슨 모빌의 유조선 사고는 알래스카 총 4100만리터의 석유를 2만8000㎢의 지역에 유출시켰다.

수만 마리의 해양동물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며 바다새들만 10~25만 마리가 죽었다. NOAA는 이 사고로 파괴된 생태계를 완전히 복구하는데 3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BP 재앙의 경우 현재의 상태가 계속 간다면 6월 20일 이후로는 엑슨모빌의 유출량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5월 10일 현재 유출된 기름의 총량은 300~500만으로 추정되고 5200㎢의 해역을 덮고 있다. NPR에 의하면 밸브를 막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그 옆에 구멍 하나를 더 뚫고, 그 속에 저장된 기름을 뽑아내면서 압력을 줄여 밸브를 잠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데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2주 전에 시작했으니 아직 2달 반은 더 기다려야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클리대학 교수이면서 석유시추선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전문가 로버트 비박사의 분석을 인용하여 원인 분석에 대한 보도를 했다.

비 박사에 의하면 시추공을 바다 밑에 고정시켜 놓은 시멘트 틈사이로 나와서 메탄가스가 원인이 되었고 그 시추선의 안전 장치가 시멘트 실(seal)의 압력 검사만 하고 다른 검사를 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입수한 현장에 있었던 직원 세 명에게 받은 증언을 토대로 하여 분석한 것이라고 한다.
메탄은 심해에서 얼음과 같은 결정체로 있다가 압력이 낮은 곳으로 나오면서 메탄가스가 되어 바다 표면으로 올라온다.
메탄가스의 누출은 처음으로 직원들이 시추공의 맨 바닥에 두 번째 안전장치를 시도할 때에 감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방지 장치를 작동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메탄가스 때문에 바로 시추장비선에 있는 드릴 머드 룸에 불이 붙었고 11명의 직원들은 즉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머드룸 바로 옆방에서 임원들이 그동안 안전사고가 없었음을 자축하는 파티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심하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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