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파워 포항 연료전지 공장을 가다
연료전지발전, 꿈인가 희망인가?
포스코파워 포항 연료전지 공장을 가다
연료전지발전, 꿈인가 희망인가?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4.0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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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수기업 올인… 진대제씨도 2000억 투자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길이다’연료전지발전 ‘신념’

3월 하순 어느 날 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울산 포스코의 뜰에는 개나리가 피었고 수양버들이 연두색 옷을 입고 있었다.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총아로 불리고 있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파워로 가는 길에 포스코를 들렀다.

‘연료전지산업 시대는 과연 올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는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을 올 해 시작했지만 한 가정 당 수 천만원을 지원하는 문제부터, 말은 수소연료전지라 하면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지원은 왜 하느냐, 아직은 갈 길이 먼데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 등등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정책 가운데 연료전지 사업은 논란의 핵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료전지 산업은 에너지 측면에서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꿈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아로 기대해도 좋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구하고자 포스코 역사박물관을 잠시 둘러보고 30분 정도 걸려 바다가 넓게 보이는 포스코파워를 찾았다.

포스코파워 연료전지 사업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중곤 상무가 반갑게 취재에 응했다. 포스코파워는 원래 인천의 한화발전소를 인수해 발전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2007년 미국의 FCE사와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사업 제휴를 통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 무렵인 이 당시 포스코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심사숙고한 세월이 3~4년은 걸렸다.
2003년 연료전지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FCE사와 사업제휴로 출발의 닻을 올렸다. 포스코가 연료전지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개발은 되었으나 상용화가 되어 있지 않고 개발할 분야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다른 분야는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데 연료전지 분야는 잘만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고 김중곤 상무는 배경을 설명했다.   
FCE사의 기술을 가져오기 위해 FCE 주식 6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그 대가로 연산 50MW 연료전지 BOP(stack을 제외한 주변기기) 공장을 2008년 준공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광주 조선대학교를 비롯해 지난해까지 10여 곳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했다.
하지만 A/S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었다. FCE사가 stack을 손도 못대게 하는 것이었다. 고장이 나면 A/S를 한답시고 미국서 날아왔다. 수용가는 A/S를 독촉하고 FCE사는 배짱을 튕기고 애로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번은 급한 A/S 요청으로 FCE사에 stack을 해체하겠다고 했더니 60억을 내놓으라고 했다. 다짜고짜 stack을 해체했다. FCE사는 stack을 해체해 보는 비용 60억을 요구해왔다. 영어가 짧아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다. A/S는 긴급히 해야 하고 방법이 없었다. ‘어쩔테냐’ 설득을 해서 고비를 넘겼다.
조그만 물건도 A/S가 안되면 장사를 못하는 이 시대에 발전소를 건설해 놓고 A/S를 제 때 못한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사업이 아닌가. 지난해 문제가 있다싶은 곳은 전부 A/S를 하다 보니 50억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험난한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다.
얻은 것은 모든 기기를 해체하다보니 기술력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아직도 기술을 가져오지 못하고 통째로 수입해야 하는 stack분야에서 거의 모든 기술을 습득하다시피 했다.
이달 7일 포스코는 stack 제조공장 착공식을 하게 된다. FCE사와 협약에 따라 기술을 가져올 계획이지만 너무 비싸게 부르면 자체 개발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0월이 준공 목표로 되어 있는 stack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파워는 일단 MCFC 연료전지 발전 공장에 관한 모든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FCE사는 벤처기업,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었지만 기술을 포스코에 팔면서 미국언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개발기술을 팔았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stack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일단 40년의 기술 격차는 줄일 수 있게 되는 에너지 산업·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포스코가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우리나라에서 펼치면서 연료전지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아 미국, 영국, 일본 등이 기술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브룸에너지사가 제3세대 연료전지라 불리는 SOF 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10kW급의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미국언론은 ‘구글이 상장한 사건이다’라고 대서특필했다. SOFC는 MCFC에 비해 효율이 20% 정도 높을 뿐만 아니라 전해질을 세라믹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흑백TV와 칼라TV의 차이만큼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료전지 산업은 누가 SOFC 상용화에 앞장서 가느냐에 달려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에 치중하던 일본도 SOFC 지원책을 서두르고 있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SOFC 기술이 얼마나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는 브룸에너지 발표가 있자 10여 개의 한국기업이 달려갔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세계발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술을 돈을 준다고 내줄 그들이 아니었다. SOFC는 포스코파워를 비롯해 GE, 지멘스, 후지, 삼성전자 등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핵심 기술 아이템이다. 포스코파워는 연료전지 사업에 착수하자마자 곧바로 2007년 SOFC 개발에 착수, 지난해 5kW 개발에 성공한 제품을 홍보관에 설치해 놓고 있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이다. 늦어도 2013년까지는 SOFC 상용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포스코파워의 의지이다. 어디에서도 SOFC기술은 가져올 수 없다. 때문에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 KIST 등 연료전지 기술개발 협력체제를 구성 SOFC에 올인하고 있다. 현재 SOFC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은 약 60여명 정도다.
지난해 1월 정부는 국가 신성장동력 17개 중에 연료전지 산업을 그 중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세계 주요 발전사 기업들이 올인하고 있는 연료전지 발전은 현재 단계로는 경제성이 기존 시스템에 비해 떨어진다. 우리가 발전차액이라고 해서 kW당 260원을 지원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하지만 SOFC가 상용화되는 2015년경 이후에는 현재 MCFC kW당 설치 단가가 600만원인데 비해 100만원 대로 떨어지게 될 전망이다. 70% 이상의 발전효율, 터빈 없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강점 등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존 발전시스템 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유수기업이 보는 시각은 바로 향후 발전산업이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연료전지 산업의 미래를 현실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우리 산업계의 핵심인물 중의 한사람인 진대제씨는 인천 세계도시축전 단장을 맡은 이후 아랍계 자금을 들여와 투자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난해 포스코파워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진대제씨는 비상장기업인 포스코파워에 투자가 쉽지 않은데도 굳이 투자를 희망, 아무조건없이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포스코의 자회사격인 포스코파워는 포스코의 투자 의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 포스코파워는 연료전지 사업을 하기 위해 요즈음 흔한 국책 R&D과제 하나 없이 FCE 주식 600억 인수, 연간 250억 R&D 비용을 투자해오는 등 올해까지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발전사업을 해서 남는 돈 모두를 투자해도 좋다는 포스코의 지원사격으로 가능한 일이다. 



포스코파워의 연료전지 사업은 발전에서 선박, 건물용으로도 개발을 시작한다. 미래의 발전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자못 웅대한 비전을 그들은 갖고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는 또 하나의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연료전지는 재생에너지도 아닌데 왜 지원하느냐, 재생에너지를 국제 기준에 맞추어 바람, 태양, 물에너지로 법을 바꾸어라 등등 국내에서 연료전지 발전산업의 시장을 형성하는데는 두터운 벽들이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전력산업의 역사가 100년이 넘지만 아직도 터빈제조 기술을 학보하고 있지 못하다. 연료전지 발전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 발전산업의 시장에서 우리의 위치가 결정될 수 있다. 연료전지 발전산업. 우리의 희망일 것인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 

6만여평의 포스코파워 공장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깔리고 봄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역사가 일천하다. 선진국에 비해 30~40년은 뒤떨어져있다. 6만여평의 이 대지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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