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
  • 서영욱 기자
  • 승인 2009.12.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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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페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1996년 제너럴 모터스는 EV1이라는 전기자동차를 만들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배기가스 제로법’을 만들고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자동차를 일정량 팔도록 강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EV1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4시간 충전이면 160km 주행이 가능했고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배기가스 배출은 물론 소음도 전혀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업계와 석유업계, 자동차부품 업계는 전기차를 죽이기로 했다. 끈질긴 로비 끝에 결국 2003년 ‘배기가스 제로법’은 철폐됐고 GM은 EV1의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한 뒤 EV1을 조용히 회수해 미국의 한 사막에서 폐차시켰다. 뿐 만 아니라 충전지를 개발했던 옵신스키의 회사를 적대적 M&A로 인수한 뒤 석유회사에 팔아버렸다.

한 번 충전에 500km를 달릴 수 있는 충전지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음과 공해도 없고 엔진오일과 부속부품을 교체할 필요도 없는 전기자동차는 죽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 산업이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에 포함되는 등 이제야 첫 발을 내디뎠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는 현재의 분위기에 전기차 개발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디젤이 친환경 녹색에너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명규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지경부 장관에게 “일본과 유럽에게 이미 기술력이 뒤지고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개발을 포기하고 디젤 자동차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서 전기차 대신 휘발유차에 비해 20% 적게 탄소가 배출될 뿐인 디젤차를 주장했다. 전기차 개발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석유 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현재 전기자동차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GM이 전기차 생산을 계속했다면 우리는 좀 더 깨끗하고 편리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GM이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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