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아와 샤샤를 위하여
말리아와 샤샤를 위하여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09.01.2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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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취임식은 민주주의의 성스러운 순간이었다.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에게 그 최고 권력이 이양되는 순간이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케냐 태생 아버지를 둔 한 흑인 소년의 집요한 희망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을 한지 146년, 킹목사의 죽음이 있은지 45년만에 미국민은 흑인을 자신의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국회의사당 앞 수많은 인파가 운집한 워싱턴 광장의 끝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에서는 아직도 40년전에 외치던 킹목사의 쟁쟁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녀가 피부색갈이 아니고 사람됨으로 판단되는 그런 나라에 사는 꿈이 있습니다.”  

공식집계 180만명의 군중은 새로 열리는 역사를 느끼기 위해 전국 각처에서 모여 들었다.  이날은 또한 미국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날이기도 하다. 47세의 젊은 대통령의 가족을 백악관에 맞이하는 미국인들은 그 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대통령의 어린 두딸 말리아와 샤샤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방글거리며 나타나는 장면은 나이 든 전직 대통령들과 부쉬 대통령에 비교해 한층 대조를 이룬다.

워싱턴 포스트는 내면지 퍼레이드에 대통령이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년동안 캠페인 기간동안 온 가족들이 힘들었던 것을 미안해 하면서 그들 가족이 선택한 앞으로의 행로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아빠가 청년이었을때 세상이 온통 아빠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세상에서 성공하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을 위해서 많은 애를 썼단다. 그런데 너희들이 갑자기 내 삶속에 들어 왔고 너희들의 장난스럽고 호기심에 넘친 깔깔거리는 웃음들을 보면서 아빠의 지금까지의 계획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되지 않게 되었다. 곧 아빠는 아빠의 가장 큰 기쁨은 너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너희들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고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 주지 못하면 아빠의 삶도 충족되지 못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알맞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아빠는 기술과 발명의 한계를 더 확장하고 우리의 삶이 개선되어 너희들을 위해 이 지구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되길 바란단다”라고 썼다.   

이날 취임식에는 미국의 영웅으로 초대된 사람이 있다. 그는 소위 ‘허드슨강의 기적’을 이룬  체스리 설린버거 3세 (Chesley B. Sullenberger III) 이다. 취임식을 며칠 앞둔 15일 그는 U S Air A320기의 기장으로 승객 155명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했다.

한참 비상을 진행하던 중 기러기떼들이 엔진에 흡입되면서 양쪽 엔진 모두가 꺼져버렸다. 관제탑에서는 인근 공항에 착륙하라고 했지만 그의 비행기 상태로는 불가능 했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판단과 고도의 비행기술로 뉴욕의 고층건물의 숲 가운데를 흐르는 허든슨강에 비행기를 안착시켰다.

승객전원과 승무원 모두가 무사히 대기중인 구조대원의 손에 구조됐다. 그가 위기시에 기장으로 한 행동은 영웅이라고 승객들과 비행사고 조사원들이 입을 모은다.

오바마 당선자도 그에게 전화를 했다. 오바마의 전화를 받은 설린버거 기장은 “우리는 다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CNN의 한 카멘테이터는 설린버거 기장의 취임식 참석은 상징하는 의미가 참으로 크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미국이라는 A320편의 기장석에 앉은 셈이다. 경제위기, 두개의 전쟁, 에너지 및 기후변화, 가장 침울한 역사의 한 시점이다.

러브락박사나 한센박사에 의하면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의 진행이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넘어 섰다고 한다. 엔진이 꺼진 셈이다. 워싱턴 광장에 운집한 군중은 꺼진 엔진을 가지고도 허드슨 강에 자신의 삶의 터를 안착시키는 기적을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지도 모른다.

새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화합과 함께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재주도를 선포하고 있다. 그러나 주골자는 각 개인이 담당해야할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책임의 시대입니다”고 말했. 그가 책임의 의미를 그의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직과 끈질긴 노력, 용기와 정의로움, 관용과 호기심, 충성심과 애국심, 그리고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기꺼이 감당하는 국가와 세계에 대한 의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해 힘든 과제를 풀어 가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에게 최상의 만족을 주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 그리고 책임은 우리 모두가 지불해야 할 값이고 시민으로의 약속이고 자신감이며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조각해가는 데 필요한 신의 명령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기적은 모두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설린버그 기장의 대답처럼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가 의미하는 기적이란 우리가 생존하는 방법이고 곧 말리아와 샤샤와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를 남겨 주어야 한다는 어버이로서의 필수적인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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