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캐넌을 여행하면서
미국 3대 캐넌을 여행하면서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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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경제지 신문을 보는데 조금이나마 무미건조함을 덜어드리고자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습관 탓인지 좀처럼 의도했던 바대로 쓰여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의도를 살려볼까 싶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그랜드캐넌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온 절경지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인들 그 단원을 공부하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어 하지 않았으랴.
이번 여름 그 곳을 세 번째 들렸다. 피닉스에서 두시간쯤 북으로 가면 세도나라는 붉은 산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말하면 진한 황토빛 암석산이다. 종모양의 주봉을 비롯해 수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곳은 기(氣)가 세기로 유명해 수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세도나에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멋진 국립공원의 2차선 도로를 따라가면서 계곡에 마련된 쉼터에서 쉬어가는 것은 나그네가 가져야 할 여유라고나 할까. 사막지역이나 다름없는 그곳에 숲이 울창한 것도 신기하지만, 그 속에서 천년의 세월은 족히 지녔을 ‘소나무’는 백미 중의 백미라는 생각이다. 둘레는 두 아름이 넘고 족히 40~50미터 키에 곧게 자란 그 기품이 절로 세월 앞에 고개를 숙이게 한다. 일행이 “이 소나무는 앞으로도 우리보다 더 살겠지”라고 소회를 읊었다.

세도나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그랜드 캐넌. 그 장엄함에 또 다시 말 못하고 자이언 캐넌을 향해 출발한지 한 시간여 도중에 하늘이 컴컴해 비가 오겠구나 했는데 난생 처음 보는 쌍무지개가 하늘에 선명했다. 무지개 사진을 찍고 무지개를 쫓아 쫓아 달려도 무지개는 저만치 앞에 있었다. 어느덧 불빛 하나 없는 대지에 얄미울 정도로 초승달만 빛나는 암흑 속을 너댓시간 달려야 했다.
자이언 캐넌은 한계령처럼 구불구불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협곡 속을 지나야 했다. 웅장함과 기기묘묘함이 한데 어우러져 이태백의 말처럼 장관이었다. 추억을 하나 만들고자 캠핑촌에서 준비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세 시간 정도를 달려간 곳은 브라이스 캐넌,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영감을 받는다는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아! 누가 자연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누가 말했다. 인간이 하느님의 말을 믿지 않으니 그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인간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절경이어라.
세도나는 준수함이, 그랜드 캐넌은 엄숙함이, 자이언은 조화로움이, 브라이스는 가교함이 있다고 할까. 그랜드 캐넌은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정작 다른 세 곳은 미적인 측면에서 훨씬 우수한 것 같은데 오히려 찾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애리조나주, 유타주에 걸쳐 있는 미국의 캐넌을 둘러보면 미국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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