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소비가 에너지 절약의 시발점
검소한 소비가 에너지 절약의 시발점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7.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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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딸이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 부모가 시집살이를 한다고 했다.
사연인 즉 옷을 못 사 입게 한다는 것이다. 딸은 한창 멋을 낼 나이인데도 청바지 두벌로 입고 벗고 지내면서 부모들이 옷을 살라치면 무슨 옷을 또 사느냐고 나무란다는 것이다. 이 지인은 “그거 하나만으로도 독일 유학을 잘 보낸 것 같다”면서 주변에 독일 유학을 권했다.
독일 사회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독일 언론에는 우리처럼 사회 기부금을 냈다는 기사가 거의 없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보편적으로 재산의 절반을 기부금으로 내고 절반 정도는 상속한다고 한다.

또 백화점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2~3층 매장에 계산하는 사람 몇 사람이 있을 뿐, 우리 눈으로 봐도 별로 살 물건이 없다.
유럽 서구사회가 대부분 국민소득이 3~4만불 수준이 되지만 소비 수준은 피부로 느끼기에는 우리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우리 식으로 술 대접을 하지만 독일에 가서 술 한잔 사라고 하면 술은 자기가 살테니 돈은 우리가 내라는 말이 돌아온다.
기분이 일견 나빠지기도 하지만 그들 사회의 소비의식이다.

서구사회의 임금을 우리는 추월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만큼의 소득 수준이 되지 못하고 그들만큼 잘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의 소비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도 부자 일수록 더 검소하다는 말이 있다. 아끼지 않고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소용이 없다. 직위가 높으면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 당연히 부자가 될 텐데 우리 사회는 직위가 높을수록 소비 지출이 늘어나다 보니 사회 고위층의 부정행위가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된다. 좀 심하다 싶지만 휘발유 1ℓ에 3000원이 넘어 선다면 어떨까. 물 한병에 1500원 하는 물가 구조 속에서 기름 가격은 그래도 싼 편이다. 편견이라고 이해하기 바랄 뿐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사회의 소비 행태를 고치려는 사회적 운동이 일어나 정착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다. 백화점 한번 가면 백만원 쓰기는 순식간인 사회에서 기름 값, 전기요금은 알뜰한 주부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검소한 사회구조를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사고로 전환할 때가 됐다. 그러나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고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디에서도 검소한 생활 기풍을 만들어 나가자는 운동을 하자고 나서는 데도 없다. 좌냐 우냐 정치와 이념의 싸움만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불과 얼마전까지 자조, 자주, 자립이라는 새마을 운동이 우리국민을 가난에서 탈출시켰다. 이 운동은 덴마크의 4H운동만큼이나 훌륭한 정신운동으로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펼치는데만 그칠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근면 검소하고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 기풍을 세우는데 앞장선다면 오늘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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