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예상치 못한 낭보가 날라 왔다. 이번 방문에서 성사되기 어렵다고 생각한 카자흐스탄 잠빌광구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3년 8개월이나 속을 태운 것을 생각하면 신선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현지 방문단들도 기적이라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떠날 때만 하더라도 유가 급등을 들어 3억∼5억 달러의 웃돈을 요구한 상황에서 지분 27%를 당초 7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늘어난 85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은 그동안 유가 상승을 생각했을 때 파격적인 조건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다른 조건이 있지 않겠느냐는 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낭보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을 통해 자원외교가 얼마나 힘든 것인 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잠빌광구 계약이 성사됐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것 마저 없었다면 사실 이번 중앙아시아 자원외교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중앙아시아 4개국 돌며 체결한 MOU는 말 그대로 별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일 뿐이다. 자원외교에 있어 지금까지 이러한 MOU는 수 없이 체결됐었다. 그래서 잠빌광구 계약 체결 전까지만 해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중요한 것은 이번 자원외교의 경험을 통해 장기적인 전략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자원시장의 냉혹함도 똑똑히 알았을 것이다. 또 우리가 얼마나 늦었는지도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신뢰를 주고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한국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심어 주었다면 그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본다.
자원외교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단기성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은 그 성과를 떠나 이명박 정부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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