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기후변화대응은 우리 아들딸의 미래다“
특별인터뷰-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기후변화대응은 우리 아들딸의 미래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8.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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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목표·분야별 중장기 전략 수립해야
기후변화는 발등의 불 … 탄소세 도입 적극 검토해야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 CEO 인식 바뀌면 자발적 대응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과의 인터뷰 약속이 잡힌 지난달 30일 오전. 지하철을 타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연지동 개인집무실로 향했다. 초여름 더위로 등에서는 땀이 흘러 내렸다. 이화사거리까지 600여미터를 걸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등산모자를 쓴 한 노신사가 옆에 와 멈춰섰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는 이 노신사는 다름아닌 고건 전 총리였다. 얼른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서 ‘로드 인터뷰’가 시작됐고, 정식 인터뷰는 연지동 개인집무실에서 이뤄졌다.


- 기후변화센터 홍보팀장에게서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신다는 얘길 들었는데 실제 모습을 접하고는 놀랐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
▲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가끔씩 나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두고 서로 ‘고건이다, 아니다’라면서 내기를 하고는 다가와서 물어본다. ‘고건 전 총리가 맞으시냐고’

- 2004년 총리 재임시 에너지전시회에서 봤는데 그 때 보다 훨씬 더 젊고 건강해보입니다. 
▲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1석2조다. 평소에 나부터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으로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걸어다닌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기후변화센터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이사장직을 맡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각오는.
▲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됐으며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이제 ‘강건너 불’에서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평균기온은 0.7도 올랐지만, 한반도는 그 두 배인 1.5도가 올랐다. 70년 뒤에는 4도 가량 상승하여 우리나라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많은 질병과 생활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그동안은 교토의정서 감축의무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감축의무국이 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며 매우 시급한 문제가 됐다. 이것은 정부의 힘만으론 불가능하고 기업, 학계, 시민 등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나 역시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기후변화센터가 창립되어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다.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만큼 각 부문의 협력을 모으고 기후변화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작은 실천부터 앞장서겠다.

-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 지난 3월 하순경 대통령이 주재한 국정원로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 ‘연내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분야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룬다면 내년에 열리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협상라운드에서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운하 건설에 대해 ‘공개적이고 실질적인 찬반토론을 충분히 거친 후에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포스트교토체제인 2012년 이후로는 우리나라도 감축의무를 갖게 되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조차 없다. 그러다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서 그 기준연도를 2005년으로 삼는 견해가 있다. 1990년에서 2005년 사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두 배가 늘어났다.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은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선진국들의 정책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 정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기후변화장관은 물론 각국에 주재하는 대사관에도 기후변화팀이 있다. 수도인 런던 도심에는 혼잡통행료를 높게 징수해 통행량을 줄였으며, 제품의 생산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표기하는 ‘탄소배출량 표시제’도 시행해 국민들의 ‘지속가능한 소비’를 돕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과감하게 제도를 바꾸어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온실가스를 당장 감축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탄소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온실가스의 감축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법과 제도가 변화해야만 한다. 개발 위주의 단기적인 시각을 뛰어넘어 미래세대까지 생각하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행정’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실, 지경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 관련 조직에 기후변화 관련 조직이 있는데 네트워크가 구축돼 서로 연계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기후변화센터의 관련 활동 계획이 있다면.
▲ 기후변화를 다룬 저명한 스턴 보고서를 쓴 스턴 팀의 마티아 로마니 박사는 ‘앞으로 기업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성패가 달라진다’ 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2010년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의 규모가 무려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CEO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세계적인 추세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후변화센터에서는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식을 바꿔줄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만들었다. 오는 8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앞으로 10주 동안 매주 월요일 강연이 열리는데,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회장은 물론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등 세계적인 인사들이 특별강연자로 초청했다. 특히 리더십 과정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가져올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 및 신성장동력 창출 기회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CEO들의 인식이 바뀌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게 될 것이다. 나도 학생으로서 이 강의에 참석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기후변화센터는 기업들과 자발적 감축협약을 체결하고 모범기업을 발굴해 포상하는 등 산업계를 지원할 다양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기후변화센터에 함께하고 있다. 국제네트워크 구축 강화 방안은.
▲ 반기문 UN 사무총장, 세계적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 박사, 생태환경운동가 헬레나 호지,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회장 등이 기후변화센터의 설립을 지지하거나 고문단 역할을 기꺼이 수락해 주셨다. 이런 분들이 센터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최근 북한과 아시아 개도국에 나무를 심고 산림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아시아에서 우리 한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센터는 세계 각국의 단체와 MOU를 맺는 등 국제적인 파트너십 형성에 힘쓰고자 한다.

 -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홍보계획은.
▲ 이미 기후변화센터가 세 차례 주최한 시민포럼은 기후변화에 대해 포괄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회 포럼은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호주의 팀 플래너리 교수가 강연하였다. 플래너리 교수는 타임지에 의해 ‘환경영웅’으로 선정되었던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또한 2회 포럼에는 미국의 녹색도시 컨설턴트인 워렌 칼렌직 씨, 3회 때는 유엔 고위관료 출신인 네이 툰 뉴욕주립대 교수가 방한해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각계의 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많이 참여해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센터는 앞으로도 시민포럼을 활발하게 운영할 방침이며, 청소년을 위한 에코리더십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기후변화 환경학교 등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고,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탄소배출량을 직접 측정해보고 감축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스톱 CO₂’ 프로젝트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국민 전반의 인식이 바뀐다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 ‘일반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 달라.
▲ 가까운 생활부터 돌아보자. 이번 여름에는 냉방기 온도를 26~28도로 실내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부터 지켜보면 어떨까. 넥타이를 풀고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으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난방 온도를 조금만 낮추는 것, 그런 작은 일들이 내 아이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전기, 수돗물 절약하기,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개인이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점을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지금의 기후변화가 온 것은 우리가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내뿜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자인 동시에 또한 피해자인 셈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와 환경, 앞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다음 세대들을 생각해 작은 실천부터 함께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기후변화센터를 비롯한 환경단체, 기업, 경제단체 등 각 분야가 ‘그린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의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가 그 중심에 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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