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차액 지원가격 조정 논란
태양광 산업화 개념 차이 ‘근본 문제’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가격 조정 논란
태양광 산업화 개념 차이 ‘근본 문제’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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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부족·타 신재생사업도 고려해야”
업계 “원자재가 상승 기준가격 하락요인 없어”

▲ 지난 26일 킨텍스에서 열린 신규 태양광 발전차액 발표회장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인하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신규 태양광 발전차액 기준가격(안)이 공개됨에 따라 이번 정책변경의 배경, 향후 정부의 추진 방침 및 일정, 발표에 따른 파장, 발전사업자의 대응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기준가격(안)은 △30kW 이하 577.43원 △200kW 이하 551.19원 △1MW 이하 524.94원 △1MW 초과 472.45원에 적용기간 20년, 감소율 3%, 유예기간 2년이다.
이는 30kW 이하의 경우 18.81%, 200kW 이하 18.63%, 1MW 이하 22.50%, 1MW 초과 30.25%의 하락률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규모별 요금 구분은 현행 2단계에서 최근의 설비규모 대형화 추세를 반영했다. 현재 국내 83.1%를 차지하고 있는 200kW이하와 규모의 경제성이 나타나는 1MW를 추가해 총 4단계로 구분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발전사업자들은 ‘산정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지원가격’이라며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발표회 도중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태양광 발전차액 개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태호 에너지평화 사무처장은 “정부가 처음부터 기준가격을 정해놓고 과제를 맡긴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같은 날 녹색연합, 부안시민발전, 시민발전(유), 에너지나눔과평화,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는 공동성명을 내어 △기준가격 재검토 △인하안 철회 △연구용역의 민간단체 상호비교 검증으로 투명성 확보를 촉구했다. 

-100MW 한계용량 소진 초읽기
3월 20일 현재 전국 257개 발전소, 62.564MW가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남은 용량은 37.436MW.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자금, 모듈 수급 등으로 올해 연말로 예상됐던 100MW 소진 시점이 6월로 예상되며 점점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가격 인하는 ‘전력질주’ 양상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발전소 부실시공 우려와 함께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 융자를 받는 발전사업자들이 100MW 내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것. 특히 중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대부분인 융자대상 발전소는 모듈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 파장이 클 것이다.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서 더 큰 일이다”라고 걱정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정책자금 지원대상 발전소는 반드시 에너지관리공단의 인증을 획득한 모듈만을 사용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100MW 내에 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한 발전사업자는 “국산제품 육성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국내 모듈 제조업체가 자체 시공하는 발전소에만 모듈을 공급하고 있어 모듈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발전사업자는 “이 가격으로는 절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모듈제조업자가 자체 발전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모듈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제조업체의 이익추구보다 모듈수급의 문제로 봐줬으면 한다.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비싼 가격에 셀을 들여와 모듈을 만드는 입장에서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차액 조정 배경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 시장육성을 위해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빠른 속도로 태양광 보급시장을 확대시켰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위주의 태양광 시장에 지난해부터 대기업 진출이 본격화 됐으며 해외시장 진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폴리실리콘에서 시스템 설치에 이르는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이 완성되는 큰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발전차액 지원을 통한 보급 확대 등 적극적인 수요확대 정책은 해외제품을 이용한 설치 및 서비스 위주의 산업만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향후 국산제품의 소비시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정된 예산으로 11개 에너지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한 지경부 관계자는 “당초 태양광 정책 방침은 100MW가 보급될 때까지만 초기 시장을 열어주자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산업화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춰 제조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 이번 정책의 숨은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과열된 태양광 시장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시스템 단가 현실화가 소비자(발전사업자)의 이익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현재 전력산업기반기금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정부는 한정된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태양광 산업화에 미칠 파장
정부는 이번 지원가격 하락이 태양광산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발전차액을 낮춘다고 해서 수출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태양광 밸류체인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양광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효성 관계자는 “삼랑진 태양광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을 통해 태양광 사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단순히 보급시장 확대와 시스템 설치업체, 해외모듈업체들의 이익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시장만을 보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국내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시장만을 공략한다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외국시장도 국내시장처럼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번 태양광 발전차액을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은 정부와 태양광업계의 ‘산업화’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산업화’는 ‘해외진출’이며, 이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제조업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동안 정부가 관련 토론회 등을 통해 보여준  ‘지원가격 하락은 산업활성화, 수출확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은 이를 반증한다.
이에 대해 한 시스템설치 전문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정부관계자들은 태양광 밸류체인 가운데 SI(system integration)에 대한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정부는 이번 발표회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4월 중순께 지원가격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와 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등은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정부의 입장 변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편 업계의 예상대로라면 6월이면 100MW 한계용량이 소진될 예정이다. 현재 100MW 소진 이후 새로운 지원가격에 대한 적용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호 사무처장은 관련 토론회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새로운 지원가격을 적용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직 지원가격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창인 시점이라 이르긴 하지만 이 문제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만약 100MW 소진 이후 바로 새로운 가격이 적용될 경우 올해 발전차액 예산은 9월이면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중소발전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예산 확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야 한다.

-정부측 입장 대변 패널 논란
26일 열린 발표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국태양광발전협동조합 윤재용 사무국장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측의 입장만을 전달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윤재용 사무국장은 “전기연구원 발표 가운데 가격결정 요인에는 명분만 있고, 수치제시가 없다. 소형사업자들 손해없게 해준다던 공단 얘기는 어떻게 된 것이냐”며 개악저지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따져보면 탄소배출권을 사오는게 더 싸다. 기후변화, 친환경 이런 걸로 포장하면 안된다”며 “외국 자재 들여와 발전소 설치하는 것은 에너지수입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또 “수익성이 없으면 사업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발전사업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백광현 전력거래소 처장은 “누군가는 이 비용을 부담하고 이만큼의 전기요금 압박을 받게 된다”며 “전체 수급을 검토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균형과 조화를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남성 한전 처장은 “가격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 같다. 보급량을 조절하더라고 여기서 생기는 지원금을 국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투자하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이어 “국내시장은 해외사업을 진출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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