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연가스시장의 유효경쟁 논쟁과 미래
한국 천연가스시장의 유효경쟁 논쟁과 미래
  • 한국에너지
  • 승인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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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신정부 경제정책의 화두는 단연 “경쟁은 아름답다”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용정부를 표명한 정책당국의 캐치프레이즈로서 걸 맞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고, 자원외교 총리를 임명할 정도로 국가에너지정책이 일반산업정책과 차별성이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균형 잡힌 에너지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정책의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가스시장에서 유효경쟁에 대한 논쟁”을 놓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천연가스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산업구조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다음과 같은 특수성을 갖고 있다.  첫째는 공급 및 수요의 비탄력적인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에서 생산까지 최소한 5~10년이 소요되고, 투자개발비가 상대적으로 석유보다 크다.  둘째는 소수의 수요자(19개 수입국)와 공급자(13개 수출국)간의 20년 이상 장기계약 TOP(Take Or Pay) 중심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석유와 달리 장기계약의 LNG는 가격 시그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이러한 LNG시장의 환경은 전반적인 공급부족 현상과 그에 따른 이른바 판매자 우위시장(seller’s market)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국내 가스시장을 살펴보면, 도매부문과 소매부문이 이원화 되어 있으며, 거의 100% 해외 도입 LNG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요패턴의 동고하저(冬高夏低) 현상이 외국들과 비교해 볼 때 심각한 수준이다.  이상의 국내시장 여건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과도 또 다르다.  초기부터 이미 경쟁시장 체제로 출발하거나 자국내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한 산업구조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한국 가스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유효경쟁론’으로 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공적지분의 민간소유 이전에 따른 사적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논쟁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가스산업이 유효경쟁시장을 구축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먼저 북미나 유럽의 경우는 파이프라인 가스 중심의 현물 및 선물거래가 인접국간 네트워크를 통해 잘 발달되어 있는 반면에, 한국은 LNG만 100% 수입하면서 인접국간의 가스네트워크가 전무하다.  이렇다 보니, 국내 수급여건상 LNG 도입은 수요예측에 기초한 정부의 총량관리 하에 물량배분 형태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유효경쟁이 어렵다는 증거이다.

유효경쟁 논쟁의 또 다른 한 축은 과연 가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결과 소비자 후생이 증진될 것인가이다.  현재 여건하에서 도매도입경쟁은 아무런 경쟁효과가 없으며,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약, 경쟁효과를 누리려고 한다면 완전한 소매경쟁을 통해서만 약간의 경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선택권이 제한된 구조 하에서 경쟁에 의한 후생증진은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요금의 80~90%를 LNG 수입가격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에서 도입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복리후생을 얼마나 증진 시킬 수 있겠는가?  현재와 같은 여건 하에서의 경쟁도입은 소비자가 지불해야할 가스요금의 인하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도입자의 행동에 따라서는 수급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LNG 수입국인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는 오히려 정부의 전적인 지원 하에 해외자원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러시아, 이란 등 가스공급국들은 소위 ‘가스 OPEC’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담보로 하면서까지 국내 가스시장에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자원에너지 시장은 바야흐로 글로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유효경쟁의 여부를 재음미해보면서 세계 속에 펼쳐질 한국 가스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먼저 그려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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