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괴롭다
공기업은 괴롭다
  • 송현아 기자
  • 승인 2007.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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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진달래, 목련화가 피고 지고 벚꽃이 만발한 이 봄 공기업들은 경영평가를 받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봄에는 경영평가, 가을에는 국정감사.
공기업들의 연중행사이다.
명목은 다르지만 공기업들은 봄·가을마다 경영평가와 국정감사 대비 자료를 작성하는 데에만 1∼2개월씩 한해 중 3∼4개월을 소모한다. 한 해 중 사 분의 일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물론 전 직원이 한 해 중 사 분의 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자료 작성하는 데에 쏟아 붓지는 않는다.

또 이 기간 중 자료 작성에 동원된 직원들의 문서작성 능력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감사와 달리 경영평가는 성적이 좋으면 상도 받고 이미지도 좋아진다.
하지만 순위권 밖 공기업들은 기분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공기업들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런 불만들을 공개할 수는 없다.
정말 이럴 때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우선 현재 경영평가는 이런 문제가 있다.
첫째 모든 공기업들을 동일선상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공기업 중에는 업무적으로 대민 서비스가 우선인 곳이 있는가 하면 서비스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곳도 있다.
당연히 대민 서비스가 우선인 공기업이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물론 국민들에게 나쁠 것은 없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공기업의 업무 성격에 따라 기준을 차별화 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를 가져온다.
어떤 업무의 성격에 더 좋은 점수를 줘야 하는가 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이런 해결방법은 한가지 문제를 고치려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순위가 뒤인 공기업이 반드시 무능한가 하는 이미지 문제가 있다.
어쨌든 민간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부족해질 수 있는 공기업들을 경영혁신 하도록 만든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경영평가의 근본 취지는 좋은 것이다.
그래서 경영평가는 공기업들에게 고3 학생의 무거운 책가방과도 같이 버릴 수도 없고 버리지 않을 수도 없는 존재가 돼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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