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예산집행, 낭비로 이어져
주먹구구 예산집행, 낭비로 이어져
  • 유은영 기자
  • 승인 2007.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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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산 우리 주면 더 잘 할 수 있다”
한 정부산하기관에 수 십 년간 근무해온 어느 직원의 말이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했지만 곧 에너지재단의 ‘저소득층 에너지복지사업’을 두고 한 얘기임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들의 출자금을 발판으로 출범한 에너지재단은 설립이유를 저소득층의 에너지 형평성 실현이라고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초수급 생활자를 대상으로 최소 난방설비를 구축해 에너지 양극화 현상을 줄여나간다는 취지인데 올해 9000~1만 가구를 대상으로 보일러교체와 단열시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 정부 예산 100억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에너지 복지사업 전담기관을 만들 필요성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에너지 복지 사업은 에너지재단 출범 전부터 여러 기관에서 수행해 오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기관을 대상으로, 한전이 가정을 대상으로 활발히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런 것을 굳이 단체를 따로 만들어 같은 일을 주는 것은 예산중복임이 자명한 일이며 곧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꼴이다.
이 직원의 얘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기존 담당기관에 예산을 좀더 주면 그동안 해온 일이기에 노련한 수완을 발휘, 더 잘 할 것이 아니냐는 얘기이다. 머리가 그다지 필요한 일이 아니고 예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이 사업의 성격을 보면 일리있게 들린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전국 사회복지시설의 노후조명시설을 고효율기기로 교체하는 사업을 수 년 째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내선설비 안전점검과 불량 누전차단기 교체 등 전기안전 점검도 시행한다. 지난해에는 518개소의 조명기기 교체로 연간 6억7500만원의 절약효과를 보게 됐다.
재단 설립에는 비단 핵심사업에 들어갈 예산만 든 것이 아닐 게다. 조직 구성에는 먼저 인력이 있어야 하고 이들 인력이 자리잡을 공간이 있어야 하니 거기에도 적지 않게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부대비용을 들여 남이 하는 일 떼다주기보다 하고 있는 일 더 잘하도록 그 예산을 얹어주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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