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 고양이
철물점 고양이
  • 유은영 기자
  • 승인 200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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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국 건물 바로 옆에는 오래된 건물 안에 철물점 하나가 세 들어 있다. 이곳 주인은 노란색 길고양이 한 마리를 거두고 있어 그 앞을 지날 때면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이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다. 궁금하던 차에 주인에게 물어보니 영역싸움에서 패배해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된 게 벌써 석 달 전의 일이란다.
“어디서 보도 못한 시커먼 놈이 밥 달라고 빽~빽~ 울어재낀다지요. 허 참…”
그 놈이란 노란 고양이를 내쫓고 밥그릇을 채 간 검은 고양이를 말한다. 가게 앞에서 사람이 주는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평소 눈여겨보고 그 자리가 탐이 났던 모양이다.
하지만 철물점 주인은 노란 고양이 대신 밥그릇을 끼고 앉은 이 검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결국 영역싸움에서 승패가 갈렸지만 둘 다 밥그릇을 잃어버린 셈이다.
최근 진단기관협회 출범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보면 철물점 고양이가 떠오른다. 산하에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던 중 갑작스런 협회 출범에 당황했다는 주장과 신속한 대처를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살 길을 모색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결국 모임은 이원화됐다.
올해 새롭게 시행된 에너지진단 의무화에 따른 또 다른 파장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조율할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졸지에 통로가 두 개가 되어 버린 진단기관협의체가 어떤 목소리를 들고나와 그것을 효과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부디 통로끼리의 싸움에 그쳐 둘 다 밥그릇을 잃어버리는 결과는 초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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