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속의 개구리는 구조됐을까?
컵 속의 개구리는 구조됐을까?
  • 유은영 기자
  • 승인 2007.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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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15일 나흘간 제2차 기후변화대책 주간행사가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미국 전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의 저서를 영화화한 ‘불편한 진실’을 상영했다.
영화에서 앨 고어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킬리만자로, 몬타나 주 빙하국립공원, 콜롬비아, 히말라야, 이태리령 알프스, 남미 파타고니아 등등의 빙하와 만년설이 최근 수십 년 간 급격히 녹아가는 과정을 도표를 통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몬타나 주 빙하국립공원은 머지 않아 빙하유적이 되고 몸을 기댈 얼음 조각을 찾지 못한 북극곰들의 익사 보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화면에서는 흔적밖에 남지 않은 빙하의 잔재들이 지구온난화의 현실을 잔인하리만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앨 고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인간활동을 멈춰 달라”일 것이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인류생활에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떤 상태로까지 몰아갈지 예시하며 조용히 경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는 북극 빙하를 10년마다 9%씩 녹이고 있고 지금의 속도로는 조만간 플로리다, 상하이, 뉴욕 등 대도시의 40%가 물에 잠기고 심지어 네덜란드는 아예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린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식수원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인구의 40%가 물이 없어 고통받을 것이며 해수면 온도가 상승, 지난 2005년 미국을 강타한 카트리나 같은 초강력 허리케인이 2배 늘어난다.

이런 무시무시한 사실은 당장 화석연료 사용 등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인간활동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나 쉽사리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피해를 몸으로 실감하는 때는 지금 당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앨 고어는 닥쳐온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우리를 개구리에 비유했다.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넣으면 화들짝 놀라 당장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컵을 서서히 달구면 뜨거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온도에 적응한 개구리는 결국… 누군가가 구조하겠죠”(좌중 폭소)
컵 속의 개구리야 누군가가 꺼내 주면 그만이겠지만 지구 속의 인류는 누가 구조해 줄까. 활활 타오르는 지구에서 마실 물 한 방울을 얻기 위해 약탈전쟁이 빈발하진 않을 런지…
그 어떤 도표보다도 머릿속에 극명하게 남아 위기감을 일깨우는 장면이었다.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인간활동이라면 기업의 어깨가 가장 무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지구에서 인류를 구할 구세주는 기업이라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주 열린 기후변화대책 행사에서 발족된 산업계와 정부간 공동협력 채널인 산업계 기후변화협약 대응 추진협의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디 뜨거워진 지구를 식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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