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의 신에너지정책과 향후 전망
기고/ 미국의 신에너지정책과 향후 전망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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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확대 시책 등 개발^탐사 중심으로

미국 부시행정부는 지난해의 휘발유 가격상승, 미서부지역 전력위기 등을 70년대 에너지 파동 이래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금년 1월 딕 체니(Dick Cheney)부통령을 그룹장으로 하는 범정부적인 국가에너지정책개발그룹을 구성했다.
동 그룹은 5월 17일 에너지의 중장기적인 수급안정을 위한 국가 에너지정책(National Energy Policy)을 발표하였다.
미국은 2020년 에너지 수요는 3,200백만TOE으로 급증하지만 자국내 에너지 생산은 2,167백만TOE에 불과해 에너지 자급율은 현재의 78%에서 2020년 68%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미국의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동 보고서는 에너지 공급확대, 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05개 권고안을 제안하였다.
첫번째, 원자력의 환경친화적 기능을 강조한 원자력 확대 시책이다. 원자력은 현재 미국 전력 공급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1979년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소 사고 시 건설업자의 무한책임을 법제화하여 사실상 미국 내 핵발전소 건설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동 보고서는 원자력 확대를 위하여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한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원자력에 대한 허가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건설업자의 무한책임 규정도 완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지난해 에너지 고가의 영향으로 원자력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협약 제 6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중국이 원자력을 청정개발체계 사업으로 인정해줄 것을 주장하였고, UN지속가능개발위원회에서도 핀랜드는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원자력의 순기능을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하였다. 원자력 발전소 철폐에 가장 적극적인 스웨덴도 금년 들어 신중하게 이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원자력의 즉시철폐를 주장하던 독일의 녹색당도 법정운전기간을 32년으로 하고 발전소간 전용을 허용하는 등 기존입장을 크게 완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구 동독 지역의 노후 발전시설 등의 폐쇄로 98년 에너지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0년 대비 11.4% 감소하였으나 원자력 발전을 폐쇄할 경우 교토 의정서상 21%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 자급율이 22%에 불과한 일본도 미국의 원자력 확대 시책을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의 경우에도 기후변화협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국제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고 발전원가 중 외화비용이 낮은 원자력의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번째, 에너지의 공급확대를 위한 천연가스, 석유 등의 개발·탐사 확대 시책이다. 천연가스는 202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의 90%이상을 담당할 것이며 1986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내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석유의 경우 2020년 수입비중은 64%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하여 국립북극야생동물보호구역(Arctic National Wildlife Refuge, ANWR) 등 석유·가스의 탐사 및 개발제한 지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카스피해 지역 등에 대한 미국기업의 해외 석유자원 개발금지 조치를 재검토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가장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석탄(가채매장량 : 250년)의 환경친화적 공급확대를 위하여 청정석탄기술개발에 10년간 20억불을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에너지인프라 확대시책이다. 미국의 전력수요는 향후 10년간 약 25%가 증가할 것이나 송전능력은 4%로 미미하게 증가할 전망이며 석유 파이프라인도 노후화 되어 안전성과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파이프라인 건설 규제 및 승인절차를 개선하고 주(state)간 에너지운송의 장애요인(bottleneck)을 파악하여 인센티브를 통해 이를 제거하도록 제안하였다. 또한, 2004년에 만료되는 트랜스알래스카송유관시스템 부지 점유권을 갱신하고 캐나다, 알래스카 등과 협조하여 본토 48개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배관망 건설을 추진하도록 제안하였다.
공화당, 에너지업계 등은 동 보고서를 에너지 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민주당, 환경단체 등은 지난해의 고유가는 공급문제가 아니라 정제설비와 가격정책에 기인한 것이며 소비전망도 소극적인 에너지 절감정책을 기준으로 하여 증가율을 과다하게 산정하여 에너지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동 정책을 에너지업계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보상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동 정책 추진시 20년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35% 이상 증가하여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에너지소비 절약시책 및 재생·대체에너지 개발중심의 정책으로 소비패턴 변화를 유도하고 단기적인 에너지수급 불안정을 전략 비축유 방출을 통해서 해결할 것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5월 24일 버몬트 출신의 상원의원 James Jeffords의 공화당 탈당으로 사실상 미국의 입법을 좌우하는 미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카터(Carter)행정부 이래 처음으로 에너지 수급안정을 사회안정, 경제발전, 국가안보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에너지정책을 범정부적 차원의 의제(Agenda)로 격상시켜 에너지정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동 보고서의 제안처럼 미국이 자국내 에너지 생산확대를 본격 추진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 및 국제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응길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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