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SK(주)가 20억원의 추가출연을 결정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본래 에너지 복지사업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적으로 50여개 관련기업들의 기금을 설립 재원으로 한다는 출신성분에서 돈을 내야만 하는 기업들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앞서 9월에는 ‘기업들은 돈 낼 생각 없는데…에너지 재단 출범 강행 논란’이란 제하의 기사를 한국경제에서 다룬 바 있다.
산자부의 10월 자료에 따르면 한전, SK, GS칼텍스, S-Oil, 5개 발전사 등 16개 기업에서 5억1500만원의 출연금 계획이 잡혀 있었다.
출연협조가 잘 돼 가는지 궁금했다.
산자부에 물었더니 “우리는 돈 내라고 한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한다. 에너지재단의 모태인 에너지협의회에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아니니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화를 내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이유인즉슨, “나는 에너지협의회 일을 보고 있어서 에너지재단에 대해서는 모른다”였다. 에너지협의회나 에너지재단이나 같은 게 아니냐, 그렇다면 담당자 이름이나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 했더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는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글쎄, 한 사무실에 있어도 담당자가 아니라서 모른다.”
전화통화를 하기 전 전화받은 여직원에게 담당자를 물었을 때 이름을 굳이 숨긴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쯤 되면 에너지재단 출범에 얽힌 ‘구린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해도 취재에 협조 못하겠다고 하면 그 뿐이다. 왜 대답을 안 해 주냐고 화 내는 기자는 없다. 그런데 앞뒤 가릴 것 없이 신문사임을 확인하자마자 화를 내는 거냔 말이다.
에너지재단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확충,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사업 등을 통해 에너지산업의 발전과 진흥에 기여한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저소득층 자녀가 에너지 분야 학과 지원시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사업 등도 직접 수행하고 저소득 가구의 주거 난방시설 교체 보수 지원, 건전한 에너지 소비 문화 정착 및 홍보 사업 등을 벌이겠다는 등의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지만 보면 감동을 받을 정도로 좋다. 하지만 그 좋은 취지를 이루려면 전화예절부터 다시 익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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