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가 끝나고 티타임. 쉬는 시간마저도 현 에너지제도의 문제점, 개선방안을 놓고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느라 시끄럽다. 방금 발표를 마친 한 지자체 에너지담당계장과 역시 발표를 앞둔 다른 지자체 담당자 사이에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왜 정부의 돈만 바라느냐. ESCO는 돈 들이지 않아도 에너지절약만 잘 되지 않느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해도 8%밖에 보조해주지 않는다는 담당계장의 발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ESCO도 정부융자를 받아요. 그리고 그건 실패한 제도이고요. 투자한 만큼 회수가 안 되잖습니까.” 담당계장이 맞받아쳤다. “ESCO는 제도가 아냐 이 사람아. 그리고 그게 왜 실패해. 내가 ESCO에 관한 논문까지 쓴 사람인데.”
“논문요? 언제 어디에 발표했는데요?”
각 지자체에서 에너지에 관한 한 명성과 연륜을 쌓은 이들의 다툼은 개인적인 기 싸움으로 번져갔다. 결국 2부 시작시간이 되어 그 쯤에서 일단락됐지만 담당계장은 수 년 동안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리품을 팔아 얻은 자신의 견해가 무시된 것에 화를 금할 수 없는 듯 “그 논문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뒷조사 좀 해 볼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 어조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ESCO는 얘깃거리를 제공했다. 계약서 위조, 자금의 편법이용 등은 1천억 규모의 예산이 눈먼 돈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았고 그 화살은 담당부서에 실사 및 관리부족이라는 비난으로 날아왔다.
ESCO팀은 더 바빠졌다. 부장 한 명, 과장 두 명. 단 세 사람으로 구성된 ESCO팀은 부실운영의 꼬리표를 떼느라 은행의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그러나 관리직을 제외하고 단 두 명으로 현장실사까지 하기에는 인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상부기관에 인원충원요청을 해 놓았지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도둑 한 명을 잡으려고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실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5분에 한 통씩 걸려오는 전화, 모니터를 해바라기로 만든 추진업무 포스트잇, 책상에 빈틈없이 산적한 서류들… 김 과장이 웃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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