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가스시장의 미래를 가다
<창간특집> 가스시장의 미래를 가다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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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시장 가상 시나리오>
“우리회사 제품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앞으로 10년후 국내 가스시장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까. 예정대로 가스산업구조개편이 추진된다면 10년 후인 2011년에는 완전시장 경쟁체제로 돌입해 있고 시장내에서의 구매자(소비자)가 선택하는 권리를 갖게되는 이른바 소비자주권 시대의 개막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스도매사업자와 판매사업자, 설비운영자, 중간 역할을 담당할 가스거래소, 규제위원회 등이 매일 바쁘게 움직인다.
경쟁시장 구도가 형성되면서 예전에 보기 힘든 빡빡한 일정과 미묘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시장에서의 가스구매활동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사상 초유의 가스 가격 상승이 일어 현재보다 무려 5배의 가스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하지만 공급자로서도 대책이 없다.
과연 10년후 가스시장은 올바른 구조개편의 틀을 완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가스산업구조개편이 일시적인 시장 개편으로 경쟁을 도입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단계적으로 추진 일정을 잡아가더라도 구조개편에 따른 후유증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정말 이렇게 된다면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어떻게 조화해 나가느냐가 가스산업구조개편의 올바른 정책 방향인가를 모색코자 한다.
〈편집자


 ■ 박 과장의 하루

L사 박 과장은 올해로 영업 11년차. 가스시장의 경쟁이 도입될 때부터 영업을 시작해 이제는 베터랑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기운이 없다. 매일 매일 가스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싼 가격에 달라고 조르고 회사내에서는 영업실적이 저조하다며 다그치고 살맛이 없다.
2011년 5월 14일 서울 방배 1동 K아파트에서 주민 반상회가 열리고 있었다. 반상회에 모인 주민들은 내달 가스요금 계약을 변경하자며 그동안 S사로부터 1년동안 받아온 서비스가 가장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의 도시가스요금은 L사보다 ㎥당 20원이 더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며칠전 L사의 박 과장이 아파트 주민대표들과 만나 앞으로 1년간 타사보다 싼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겠노라며 이번에는 우리회사의 가스를 써 달라고 설명을 하고 갔다. 영업사원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업체가 바로 L사라고 선전하고 갔던 터라 주민들의 마음이 동요되고 있었다.
1000세대가 넘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L사로부터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가스를 쓰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다른 경기도의 한 아파트. L사의 판매사원이 한 아파트 앞에서 벨을 누르고 있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영업사원은 “L도시가스사의 직원인데요 잠깐만 내달 가스 사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문이 열렸다.
L도시가스사 박 과장은 가방 서류철에서 타사와의 가스요금 비교표를 꺼내더니 이달말로 가스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안다며 자사의 가스를 사용하면 요금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매달 3천원씩 일년간 모으면 3만6천원이나 된다고 설명한다.
가정주부 입장에서 본다면 단 돈 10원도 아까운 터라 그렇다면 기꺼이 바꾸겠다고 영업사원과의 가계약을 했다.
2011년 5월 14일 오전 10시 경기도 과천 가스거래소 앞. L도시가스사 박 과장은 애꿎은 담배만을 물고 고민에 빠져있다. 내일 D도시가스사가 공급해야할 가스물량은 총 3만톤인데 공급물량은 2만8천톤밖에 확보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오늘 거래소에서 거래될 가스량은 4만톤으로 수요 물량인 4만5천톤 보다는 5천톤이 부족한 상태. 평일에 비해 ㎥당 13원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박 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져있다.
㎥당 13원이면 당장 회사에서는 고객과 계약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회사가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박 과장은 핸드폰으로 본사에 전화를 걸어 현재 거래소에 나와있는 물량이 적어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며 보고한다.
결국 박 과장은 ㎥당 10원을 더 주고 가스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나와야 했다.
5월이 됐는데도 이상기온은 계속되고 가스는 예년보다 늘어 매출은 올라가지만 수익은 감소하는 역현상이 계속되면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다.
오전업무가 끝나자 박 과장은 옆 동에 있는 규제위원회 4층에 방문했다.
전날 S사가 A지역에 민원으로 L사를 상대로 중재를 요청해와 실무자간 개별면담을 해야 할 판이다.
S사는 L사가 가격 덤핑을 해 자기네 수요처를 빼앗아 갔다며 중재를 신청한 터라 해명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계속해서 영업에 차질이 생기고 수요처를 확보하라는 윗분들의 지시에 가격을 타사 보다 ㎥당 20원이나 싸게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말썽이 일어났던 것이다.
L사 입장에서는 최근에 공급시스템을 바꾸면서 경영의 효율화를 가져오게 됐고 이에따라 원가 절감 요인이 발생해 가격을 낮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S사는 계속해서 수요처 확보를 위해 D사가 무리하게 가격내리기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경영적 압박은 물론 시장 자체의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중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사의 입장은 팽팽했고 결국 다음에 2차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키로 하고 종결됐다.
오후 5시 가스거래소에서는 근무하는 임 부장은 마지막 계약서를 정리한다면서 업무 일지를 기록한다.‘오늘은 각 도시가스사업자간의 물량 구매 확보로 예상보다 12%의 가격 상승이 일어났음.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사료됨.’
D사의 박 과장은 회사로 들리지 않고 바로 분당에 있는 H사(배관망 운영회사)에 들여 장 부장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했다.
박 과장은 서류 봉투를 꺼내 장 부장에게 전해주며 다음달부터 1년간 배관운영 요금을 조정하자는 내용의 공문이니 잘 검토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집으로 향했다.

 ● 2011년 12월 5일

오늘 가스거래소는 사상 유래없는 가격 폭등으로 사자 주문이 이어지지만 시장에 나올 물량이 절대 부족한 상태다.
지난달까지 가정용 가스요금이 ㎥당 6백15원하던 것이 오늘은 무려 3배가 넘는 1,85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박 과장은 당장 오늘 수급해야 물량이 5만3천톤인데 고민이다.
물론 거래 가격을 살려고 해도 물량이 공급되지 않아 수요자는 많고 물량 부족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 지사에 긴급 이 메일을 보내고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물량 확보를 해 달라는 호소를 보냈지만 현지 사정도 동절기에 물량 수급을 제대로 할 수 없노라며 현재로서는 대안을 찾을 길이 없다는 답신 뿐이었다.
그날 오후 3시 규제위원회는 가스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긴급히 대책을 열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토론을 마라톤으로 하고 있었지만 찬반이 엇갈렸다.
일시적인 현상을 놓고 정부가 개입한다면 시장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며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그대로 두면 당장 올 겨울 가스가격 폭등으로 애꿎은 소비자만이 부담을 안게 돼 에너지난을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12월 한달 내내 강추위가 엄습했고 가스 부족현상은 동절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박 과장은 눈내리는 창가에서 담배 한 개피를 물고 긴 한숨만 쉰다.

<남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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