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복수폴사인제 “잘되나 보자”
정유사, 복수폴사인제 “잘되나 보자”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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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현행 주유소 상표표시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했던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상표표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유소 유통시장구조 개편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그러나 상표표시제가 변경되더라도 복수상표를 표시하는 주유소와는 거래를 하지 않기로 해 기존의 단일 표시 상표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복수폴사인제를 반대해온 기존 정유 3사의 기존 폴사인제 유지 의지가 담긴 것으로서 복수폴사인제 시행시 우려해 온 것이 사실상 수면 위로 오르고 있는 셈이 됐다.
박영덕 SK석유사업본부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정거래위가 추진하고 있는 복수상표표시제도는 정유사간 경쟁의 대상이 소비자에서 주유소로 전환됨에 따라 소비자에게 부여된 혜택이 주유소의 마진 확대로 귀결되어 소비자측면에서 실익이 없다”며 “그럴 바에는 현재 상표 표시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SK가 LG정유와 현대정유 등과 함께 유지해온 단일상표표시제도 유지라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SK측의 발언의 진위는 폴사인제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기보다는 복수폴사인제 시행을 거부하는 뜻이 강하게 나타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본부장은 “복수상표표시제도는 주유소 여건상 복수상표표시에 따른 시설요건을 갖추기 어렵고 불법 저질 기름의 유통이 양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차라리 산업자원부가 주장하고 있는 사적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박본부장은 그러나 “유류유통구조가 현행 단일 복수 상표제가 없어지거나 복수상표표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SK는 단일 상표만 사용하는 주유소에게만 기름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LG정유등 복수표시제 도입을 반대하는 회사들도 비슷한 생각이어서 주유소 유통구조가 변경되더라도 기존의 단일 상표표시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당초 취지대로 자유경쟁을 위한 복수폴사인제는 결국 무위로 그치거나 시행되더라도 별 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일단 복수폴사인제 시행주유소에는 정유3사가 기름을 공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복수폴사인제 실시를 위한 주유소의 저장시설 추가건설이나 분리, 부지 확보 등 타산과 맞지않는 현안이 쌓여 있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현행 주유소 상표표시제도는 표시 광고법상의 상표표시의 취지이외에 하나의 주유소가 하나의 정유소와 단일 거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규정을 폐지하고 주유소와 정유사간 자유로운 사적계약으로 전환하거나 복수표시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상반기중 복수상표표시제도를 허용할 방침인 반면 산업자원부는 고시를 폐지하고 사전계약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다.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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