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끊이지 않는 갈등
<에너지수첩> 끊이지 않는 갈등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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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남산 힐튼호텔. 전기공업협동조합 제19대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650여명의 전기업체 인사들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후보에게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사뭇 긴장감도 흘렀다.
정기총회는 모름지기 모든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합을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화합과 단결의 場이 돼야 할 정기총회 자리는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해묵은 갈등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체수의계약을 둘러싼 업체간의 불신. 조합 집행부에 대한 끝없는 의혹. 이런 모든 것들이 화합의 場이라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러한 불신과 갈등은 이사장 선거를 위한 각 후보의 연설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선거운동 과정이 유례 없는 혼탁양상을 보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헐뜯기에 정신이 없었다.
모 후보는 상대 후보의 모함으로 검찰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분괴하기도 했다. 향흥 제공 여부는 논란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서로간의 불신은 전기공업협동조합의 해묵은 갈등으로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각 후보는 선거연설에서 이구동성으로 자신이 진정한 화합을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속에서 오직 상대편은 안되고 자신만 된다는 얘기로 변질돼 갔다.
이 해묵은 갈등의 밑바닥에는 단체수의계약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특정업체들이 단체수의계약 배분에 있어 특혜를 받았다는 등등. 이러한 문제들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보다도 자신만 깨끗하고 다른 사람은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일방적인 비난과 아전인수 식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는 어떠한 제도변화도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없다는 생각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병설 이사장은 조합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말 그대로 이 끊이지 않는 갈등의 고리를 올해만큼은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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