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문제의 해결은 에너지 효율개선으로부터
고유가 문제의 해결은 에너지 효율개선으로부터
  • 한국에너지
  • 승인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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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박사
장기적인 고유가의 지속으로 인하여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기관이 에너지 절약대책을 내놓고 있다.

차량10부제를 비롯하여 도심통행 억제 등 전통적인 단기 에너지절약정책에서부터 에너지가격 현실화 및 가격정책을 통한 수요관리 방안과 에너지절약형 신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책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들 중 단기 에너지절약대책들은 대부분 1970년대부터 계속되어온, 그리고 별로 효과가 없다고 비판받아온 대책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는 에너지절약보다는 해외자원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개발과 같은 소위 중장기대책을 중점적으로 에너지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왜 기존의 단기 에너지절약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외면당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인 차량10부제 정책을 보자. 많은 국민들이 차량10부제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면 상당한 기간동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10부제의 실시로 단기적으로는 차량운행이 감소, 교통사정이 좋아지며 에너지소비량 역시 줄겠지만 곧 지금까지는 복잡했던 도로사정으로 인하여 차를 쓰지 않던 사람들이 좋아진 교통사정으로 차를 몰고 나오기 시작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높은 신규차량 증가율을 고려할 때 채 반년도 못 가서 줄어든 자동차만큼의 새 자동차가 거리를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의 고유가 위기가 중국이나 인도, 미국의 수요증가로 인한 구조적인 것이어서 1-2년 안으로 원상태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낮음을 고려할 때 차량 10부제와 같은 단기정책의 시행은 결국 시행기간 동안 국민들의 불편을 증가시키나 효과는 적게 나타나게 된다.

공급부문의 해결책인 해외자원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장기정책이 적절할 것이나 수요관리부문의 해결책은 바로 에너지사용 기기 및 에너지사용 시스템의 효율을 더욱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 사용효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지만 소비자 부문, 즉 수송이나 조명 및 난방용 에너지사용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수송용의 경우는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산업부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그나마 생산과정에 사용되어 국부를 창출하는데 일조하지만 소비자 부문 에너지사용량의 상당부분은 그저 낭비될 뿐이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정책은 바로 이러한 부분의 비효율을 개선시키는 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 사용기기 및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은 에너지 사용량 절감의 효과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아주 좋은 부수 효과가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차량 10부제 시행을 보기로 들어 자동차의 연비를 10% 향상시키는 경우를 비교하여보자.

자동차의 연비를 10% 향상시키면 자동차의 교체로 인하여 에너지의 절감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뿐 만 아니라 기술향상으로 인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며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불편이 적어 이러한 정책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쉽다.

무엇보다도 휘발유 가격을 올려 대형차 타던 사람들이 소형차로 바꾸기를 바라는 것 보다 대형차의 연비가 향상되는 쪽이 우리나라 소비자의 자동차 선호 변화 패턴으로 볼 때 훨씬 효과가 있는 정책일 것이다.

수송부문의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제조회사에 연비 향상의 의무를 부과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자동차 회사 역시 보다 높은 연비의 자동차를 시판할 것이다.

현재의 자동차 세금 기준을 배기량 기준이나 차량가격기준에서 연비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높은 연비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혜택을 추가로 주는 등 자동차관련 경제정책을 연비향상에 맞추어야 한다.

경차의 구분 역시 배기량만이 아닌 연비의 기준을 함께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에게 기기 선택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에는 동일한 배기량을 가진 차량의 경우 연비가 대부분 비슷하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연비 선택이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소형차의 경우, 소비자가 연비에 대해 상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양한 연비의 차량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판 예정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그나마 선택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자동차 뿐 만 아니라 조명기기나 난방기기 역시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백열등의 고전적인 안락함이 좋으나 전기료가 문제인 사람에게는 한등 끄기보다 백열등색의 절전형 형광등이 아주 좋은 해결책인 것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중인 VA, ESCO 등의 사업은 바로 사업체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서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는 아주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 및 소비제품에 효율마크 및 효율인증제도 역시 소비자들에게 선택이 폭을 넓혀주는 좋은 정책이겠다.

이러한 에너지사용 시스템의 효율성 증대 노력이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정책의 목표는 에너지절약도, 에너지자급도의 향상도 아니라 국민의 복지향상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정책을 고심할 때 사용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잣대이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 하기보다 고생을 덜하고도 돈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러한 방법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여야 한다.

자동차, 조명, 난방기기 등 소비자용 에너지 사용기기와 국민들의 에너지사용 시스템의 효율 개선이 바로 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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