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고점 어디까지인가
국제 유가 고점 어디까지인가
  • 이성호 기자
  • 승인 2005.08.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5달러(WTI) 돌파…두바이유도 55달러 넘어서

유가 160달러 시나리오도
당분간 60달러대 유지·분석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배럴당 7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제 현실화가 돼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제유가는 미 휘발유 재고 감소 소식과 미 정제시설 가동차질 소식으로 인해 상승했다.

NYMEX WTI 선물유가는 전일대비 배럴당 1.83달러 상승한 64.90달러에, IPE 브랜트 선물유가는 전일대비 2.01달러 상승한 63.99달에 거래 종료됐고 Dubai 유가는 전일대비 1.04달러  상승한 56.37달러에 거래 마감됐다.
11일에는 드디어 NYMEX WTI 선물유가가 65달러선을 넘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재고가 공급불안을 야기 시켰으며, 헤지펀드 유입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고 있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평균가격이 55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한은, 세계 성장 둔화로 내년 하락 전망
산업계, 70달러대 예상 대책 마련 고심
조기경보지수 ‘경계단계진입’ 시간문제

▲국제유가 최고점   어디가 꼭지인가 
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3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평균 8400만배럴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산유국의 증산 여력은 하루 150만배럴에 불과하다.

원유 수급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테러 우려, 이란 핵시설 재가동, 미국 정유시설 화재 등이 겹쳐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에너지정책위 및 미래에너지확보(SAFE)자문그룹은 유가 160달러 시나리오를 내놔 관심이 집중됐다. 자문그룹은 오는 12월 세계 8위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80달러로 뛰고, 2006년 1월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에 대한 테러로 다시 120달러로 급등하며, 6월께는 공급체계 붕괴로 16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시장 방향성 예측 불능 
석유수요와 생산, 정제능력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없는 수치와 전망치로 인해 석유시장의 방향성을 어느 누구도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석유산업 데이터(data)의 신뢰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지난 2년 동안 수요 급증과 가격 급등에 따라 데이터 오류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노정돼 있다. .

이에 따라 석유소비 전망에 대한 작은 오류조차도 시장이 가정한 것보다 수요가 많을 경우에 유가의 급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란 것.
이는 1990년대에 비해 추가 석유생산 능력이 결핍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WSJ는 밝혔다.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이 내년도 세계 석유수요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세계 수요에 대한 예측은 개별 국가에 대한 수요 예측보다 훨씬 더 차이가 난다.
실제로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 수요 감소를 예상한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60달러대
국제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9일 미국과 아시아 시장의 수요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고정 등을 고유가 시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시장이 당분간 배럴당 6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테러 등 돌발 악재 출현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미국경제가 고유가를 감내할 수는 없다며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하고 미국의 휘발유가격이 지난 1981년 석유 파동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가 내년에 하락한다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세계경제 동향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세계성장 둔화 등으로 점차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이러한 전망은 내년에는 캠프리지에너지연구소가 배럴당 42.5달러(브렌트유 기준), 세계에너지연구소가 45.4달러 등으로 올해 전망치 49.2달러, 50.8달러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러한 예로 들며 내년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 대응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산업계가 하반기 예상 유가를 배럴당 70달러대로 올려 잡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시나리오별 대책을 다시 점검하는 등 비상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직접 원유를 도입,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사들은 원유구매 시스템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석유에서 분해된 나프타가 원료로 사용되고 주에너지원으로 석유를 사용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은 고부가제품 매출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절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SKC의 경우 ‘유가 100달러시대’의 시나리오까지 마련하고 이번 달부터 회사 차원의 10부제 도입 등 전사적인 에너지절감운동에 들어갔다.

연료비용이 총비용의 25% 이상이나 소요되는 항공사들은 이미 비상 연료절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파업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의 비상경영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유가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판매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하며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대책
정부는 우선 해외 유전 개발과 석유 비축물량 확대,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등 장기대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이미 한도가 다 돼버린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지원자금의 예산을 3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정부는 그러나 차량 10부제등 강제적인 소비억제책을 내놓기는 주저하고 있다. 국제유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강제 에너지소비 억제책 등 단기 대책은 국민 불편과 반발 등이 염려돼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석유조기경보지수가 현재 ‘주의’ 단계에서 ‘경계’단계로 진입하면 그때 가서 강제 절약시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석유조기경보지수가 당장 ‘경계’단계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산자부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석유조기경보지수가 ‘경계’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철강, 석유화학, 비금속광물 산업 등 에너지 소비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고유가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짜 경유 넘쳐난다 
한국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유소에서 가짜 경유를 팔다 적발된 건수는 22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늘었다. 2003년은 한해동안 270건, 2004년 406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경유보다 값이 싼 등유를 섞어 판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솔벤트나 면세유를 혼합한 사례도 있었다.
이 수치는 정상적으로 영업중인 주유소를 상대로 한 조사여서 길거리나 카센터 등에서 몰래 파는 비석유사업자를 포함시킬 경우 가짜 경유 판매실태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른 경유 가격의 인상으로 경유에 등유 등을 섞어 파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경유 가격이 1100원대를 넘어서면서 이런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가짜 경유가 늘고 있는 이유는 세금이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만 해도 경유 1ℓ에 붙은 세금이 283원이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477원으로 껑충 뛰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