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 정유사 내수가격 비싸게 유지
뉴스분석 - 정유사 내수가격 비싸게 유지
  • 김경환 기자
  • 승인 2005.04.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제 가격경쟁 이뤄지지 않기 때문
지난해 기준으로 정유업계의 배럴당 수출 정제 마진은 약 6.60달러였다. 내수마진은 18.00달러에 달했다. 마진 차이는 약 11.4달러이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출 정제마진이 2.9달러 정도 올랐고 역시 마찬가지로 내수 정제마진도 그만큼 올랐다.

중국 호황으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수출 시장이야 마진이 올라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유가 급등으로 오히려 수요가 줄고 있는 국내 시장도 덩달아 마진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유회사의 가격 인상폭은 항상 국제유가 인상폭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정유회사들이 내수 시장 가격을 비싸게 유지하는 것은 실제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때는 석유 수입사들이 싼값에 석유를 들여와 정유회사들도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높은 관세 등으로 석유 수입사들이 크게 약화되면서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SK는 정제마진이 크게 올라가면서 1조6000여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개 1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유업계는 유가급등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며 정부에 관세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높은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유가가 급등하기 전에만 하더라도 정유업계의 수출시장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과도한 시설 경쟁으로 공급은 늘어났는데 그만큼 수요는 없어서 남는 기름은 해외에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수가 버팀목이 됐던 SK나 GS칼텍스는 그나마 나았지만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OIL, 인천정유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때는 어쩔수 없이 업체들이 수출에서 손해보는 마진을 내수시장에서 충당했다. 이때부터 형성된 국내 시장의 고마진 구조가 최근 유가 급등으로 수출 시장에서 충분한 마진이 확보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오히려 늘어났다.
경제논리상 업체들이 수출 시장에서 이익이 많이 남으면 이를 이용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국내 가격 경쟁도 있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정유회사들도 지난 3년간 주유소를 늘리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SK, GS칼텍스, SK,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위치에 따라 주유소마다 기름값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은 어느 정유회사가 싼지 알 수 없게 된데다 실제 정유회사의 소비자가 되는 주유소들은 해당 정유회사의 기름만 쓰게 돼 있다.

지난 2002년 1월 SK가 36%, GS칼텍스가 26%, 현대 21%, S-OIL 13%를 기록했던 주유소별 폴사인은 3년동안 거의 변화가 없어 2005년 1월에도 SK가 35%, GS칼텍스가 27%, 현대오일뱅크가 20%, S-OIL이 13%를 기록했다.
주유소 개수는 3년간 500여 개가 늘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각 업체별로 나눠먹고 있었다. 이것이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결국 경쟁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내릴텐데 그러지 않고 있는데는 따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실상 정유사들이 고유가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산업자원부 국감에서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정유회사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기준이 애매하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벌이고 그만큼 소비자로서는 제품을 공정 경쟁속에서 적정한 가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데 이 경쟁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유소 업계에서는 주유소는 망해도 정유사는 망할 일이 없다고들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소비자들을 대면하는 주유소는 업소마다 가격 경쟁을 벌이지만 정유사의 가격은 은폐돼 있고 또 실제 경쟁자체도 없다는 데 이유가 있다.

사실 주유소는 위치 등에 따라 땅값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어 실제 소비자들은 어느 회사의 기름이 더 싼 지는 알기가 어렵게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올 3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정유업계의 독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