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의 수준
人事의 수준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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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너지 관련업계의 인사를 보면서 정실이 개입되지 않는 인사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해보곤 한다.
한전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인사를 하면서 청와대가 개입해 인사 서류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얼마 전 이사를 선출한 어느 공사도 사외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정작 인사권자에게는 권한이 없고 이른바 보이지 않는 실세에 의해 인사가 좌우되는 형국이다.
우리는 공기업의 장을 선임하기 위한 분명한 틀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사장을 선임하는데 있어 이 틀대로 움직여지는 것을 본 사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전에는 또 다른 공기업 사장을 선임하면서 실력 있는 후보에게는 대답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운 질문을 하고 군 출신 인사에게는 쉬운 것을 질문해 실력 있는 후보를 면접에서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이번 한전자회사의 사장인사에서는 이른바 ‘오더’를 받고 올린 인사가 뒤늦게 말썽이 돼 인사서류가 오르락내리락 했다고 한다. 사장을 선임하는 주총은 있으나마나 이다.
최근 어느 기관은 공정하게 모 민간협회 단체장 인사를 하겠다고 광고까지 했지만 그 이면을 보면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자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별로 주목받지 않는 민간단체장 자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아 정말 씁쓸하다.
이 단체장 자리는 자기 주머니 돈을 써가면서 해야 할 정도의 어려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공기업 사장이던 민간 단체장이던 조직의 수장은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신임을 얻어야 하고 공적인 일을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당한 틀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선임되어서야 어디 조직원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일할 수 있겠는가.
어느 사회이던 인사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그 사회의 높이를 평가할 수 있다. 사장을 선임하는 주주총회는 요식 행위로 그치고 단체장을 선출하는 자리는 하명이나 받들어야 하는 사회는 분명히 국민소득 1만 달러 사회의 거울이다.

<조남준 기자 designtimesp=7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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