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부안사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 한국에너지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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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관련, 부안주민들의 항의시위가 또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이유는 정부측 협상단과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약속해 놓고 “왜 정부가 지키지 않느냐”고 하는 것 같다.
이유야 어떻든 부안 주민들의 이번 항의시위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데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어찌됐던 부안 주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한 군수에게 폭력을 행사해 중태로 몰고간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또다시 폭력사태를 야기한다는 것은 말로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비난받아야 할 처사이다. 군수를 폭행했을 당시 폭행에 가담한 인사들 중에는“우리도 맞았다. 군수만 맞았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한때 유행하던 말로‘군수고 뭐고 막가자’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폭력은 최하위의 행위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자가 채택하는 수단이 폭력이다. 우리국민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서 상대를 이긴다고 해서 상대가 진정으로 복종하고 이해하겠는가. 폭력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폭력집단의 그런 사회가 아니다.
폭력을 동반하는 시위는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 길이 부안 주민들이 정부와의 협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주민투표 실시가 또다시 시위를 일으키는 주요인이라고 하나 합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다. 협상과정에서 어떻게 해서 주민투표를 하기로 합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측 협상대표단도 주민투표에 합의했다면 부안 주민들을 속인 것이나 진배없다.
헌법에 국민투표에 관한 근거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적 사안이 투표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위정자가 강압적 통치수단의 한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뿐이지, 사실상 국민투표에 관한 제반적 제도 위에서 실시한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주민투표에 부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아무런 제도나 선례도 갖고 있지 않다. 설사 주민투표를 정부에서 받아들인다 해도 정치적 행위나 통치적 행위의 판단에서 할 수는 없으며 법적기반 위에서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주민투표를 하기로 했으면 어떻게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폭력적인 항의 시위는 할 때가 아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20년 가까이 끌어온 문제이다. 당장 건설하지 않으면 원전가동을 중지해야할 사안도 아니다. 협상은 경우에 따라서 결렬될 수도 있고, 수년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부안 주민들과 정부 협상단이 한두달만에 첨예한 문제를 합의했다는 자체도 의문시된다.
회의는 항상 비공개로 진행되어 어떻게 해서 합의안이 도출되었는지 몰라도 정부관계자도 주민을 속이거나 우롱하는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 해야한다.
협상에 있어서 최대의 무기는 진실이다. 진실성이 없는 합의는 상대를 더욱 화나게 만들 뿐이다. 부안 주민들은 폭력을 당장 멈추고 정부 협상단은 협의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반성하고 다시 협상탁자에 앉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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