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고품질 전력에너지 공급 위한 첨단중전기기 개발의 중요성
에너지칼럼/ 고품질 전력에너지 공급 위한 첨단중전기기 개발의 중요성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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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IT를 비롯한 첨단 신기술을 전력시스템에 접목하는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계통규모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고 시스템 운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금번의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지역의 대정전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확한 원인파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 간선 송전선의 과부하가 촉발한 송전시스템의 전반적인 취약성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볼 때, 앞으로 전력시스템의 고도화와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전기기의 성능향상은 우리나라도 서둘러 대비해야 할 분야로 보인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첨단 전력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첨단 차단기 및 개폐기 개발’ 등 19개 차세대 전략기술 개발사업을 선정하고, 이들 사업에 금년부터 앞으로 10년간 2천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전기기산업을 주력산업중의 하나로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의 전력기기와 송전시스템 등의 첨단화를 조기에 달성하는 동시에 국산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여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력기기 시장은 전력 수요의 증가로 인해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2001년도 세계 중전기기 시장은 약 450억불에 달하고 있다. 반면, 2002년도 우리나라의 중전기기 수출 규모는 19억불, 수입은 29억불로, 10억달러 정도의 무역 역조를 보이고 있다. 무역 역조현상을 해소하고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고품질 고부가가치형 디지털 중전기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2002년말 현재 세계 중전기기의 디지털화는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2020년경에는 30~50%정도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중전기기의 디지털화에 전력을 기울인다면 세계 시장에서 국산 중전기기의 점유율을 대폭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전력시스템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 더욱이 중전기기의 디지털화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은 초보 단계이다.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지연되면 될수록 고품질 대용량 고신뢰도의 전력 공급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지난 2001년 “전기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GDP의 1%이상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공급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중전기기의 디지털화가 조속히 구현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 차단기 및 개폐기 개발’ 사업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필수핵심전략기술 개발사업인 동시에, 전력공급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기술개발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신전력 기기’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정부는 기존의 고압차단기와 개폐기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 성능과 품질을 크게 향상시켜 국제시장의 점유율을 대폭 증대시켜 나갈 방침이어서, 중전기업체들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주요 연구과제를 보면, ▲170/362kV급 개폐제어형 차단기 개발 ▲25.8kV 25kA 인텔리전트 복합절연 스위치기어 개발 ▲ 245kV 40kA 모터-드라이브형 초고압 GIS 개발 ▲전류 0점후 아크 파라메터 측정 및 해석기술 개발 등이다. 이들 과제의 내용을 살펴 보면, 개폐기와 차단기의 첨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앞으로 개발될 이들 기기들은 디지털 전력망 운영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 과제의 성공 여부는 산학연이 어떻게 힘을 합치는 가에 달려있다. 다행히 수 년 전부터 전기 분야의 유일한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전기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기업과 공동으로 중전기기 분야 핵심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LG 효성 현대 일진 등과 공동으로 △145kV 및 550kV GIS, 154/22.9kV 가스절연 변압기, 345kV급 가스절연 VT △ 154/22.9kV 32톤 경량변압기 △ 362kV 63kA 8000A 1점절 GIS △극간콘덴서 불용형 170kV 50kA GCB 및 초고압 전력기기 기초설계기술 등의 핵심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것은 앞으로 산 학 연 협동의 좋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업체들도 SCADA 등 일부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첨단 개폐기와 차단기를 개발해 낼 정도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산학연이 협력을 강화하면 첨단 제품을 조기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는 2010년경에는 우리나라의 전력기기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산 중전기기로 7천 500억여원의 수출과 2천 800억여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둠으로써 무역역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세계 중전기기 시장은 스위스의 ABB,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미쓰비시, 히타치, 우리나라의 현대 효성 일진 그리고 중국 현지의 일본 기업에 의해서 점유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전력회사와 기업들은 대부분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전력기기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전력기기들은 대부분 60-70년대에 설치된 것이어서, 머지않아 엄청난 양의 대체수요도 예상되고 있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들 시장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중전기기 산업이 세계 속에서 우뚝 서고, 그 제품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이 안정적이고 고품질의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IT, BT, NT 등 미래의 신성장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국민들이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전기에너지와 중전기기 기술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권영한 원장〈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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