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에너지와 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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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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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에 살고 있는 인류는 전통적인 위험에서 벗어나 길어진 평균수명을 향유하는 면도 있지만 반면에 새로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두운 면도 있다. 현대라는 시대가 과거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규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안전에 대한 해석이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위험으로 대체되면서 위험의 특성이 곧 이 시대를 함축적으로 상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험에는 군사적 충돌이나 범죄와 같은 정치사회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나 공황과 같은 경제적 위험, 환경오염과 같은 기술적 위험, 그리고 질병의 확산이나 사고발생과 같은 안전보건상의 위험이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위험원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사고 발생에 대한 불안도 그만큼 크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불의의 재난만 아니라면 의료의 발달에 힘입어 오래도록 수명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잡고 있어,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에 위협이 되는 것을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 에너지라는 위험요인
현대사회의 특질을 이야기할 때 환경과 건강에 대한 위협은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위험인식이 환경과 건강의 문제로 집약된다는 것은 일반 대중이 이 문제를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위험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 역시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다. 에너지가 인간 활동의 근원이자 문명의 원동력임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도 신들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전하면서 말했다. 이것은 신들만이 가진 것이니 소중하게 다루라고.
서양 신들의 이야기가 인간과 다름 없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배신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소설인지 신화인지 분간하기 어렵건만, 불이라는 에너지만은 신들의 것인데 이것을 특별히 인간에게만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하여 다루라고 했던 말은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아니었으랴. 어린 시절 성냥불을 그어대고 싶던 유혹을 우리는 안다. 불장난이라는 말이 어느 때 쓰이는지를 우리는 안다. 불의 따뜻함 뒤로 화마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음을 우리는 미술시간에 포스터를 그려보아서 안다.
인간의 노동력 대신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여 공장제 기계공업을 가동한 것이 불과 몇 백년이 되던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근세기에 써댄 에너지가 그 이전 문명사 수 천년간에 썼던 에너지의 몇 배이던가. 화산폭발과 산불, 화재와 폭발에서만 불의 위험을 생각하고 사는 동안 에너지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이 되어 돌아왔다. 조금씩 그러나 쉬지 않고 기후를 바꿔놓은 마법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불을 멀리 하기 어려운 산업화라는 체온에 익숙해진 후였다.
인간은 문명사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지구의 주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병원균을 포함한 미생물이 가진 주인으로서의 지분이 훨씬 크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인간이 무시로 에너지의 흐름을 깨어놓았다면 구성원인 인간의 생활도 바뀔 것이다.

■ 기후를 통한 건강위험
인간의 생존과 생활이 전개되는 무대장치의 하나가 기후이다. 기후의 지역간 차이나 건강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히포크라테스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마시대에는 새로운 주거지를 고를 때 그곳의 풀을 뜯어먹고 살았던 동물을 잡아 간의 상태를 보고 판단했다고 한다. 기후가 서식의 기본조건의 하나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생활문화도 기후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추위나 더위가 극심하다고 할 수 없으나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래서 모시저고리에서 털모자까지 갖추고 산다. 지구상 수천 킬로에 이르는 각기 다른 위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활장비가 한 집에 다 있어야 한다.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보라. 가난한 살림이라도 난로에서 선풍기까지 함께 이동하지 않으면 않된다. 레저장비로 말하자면 수상보트에서 눈 스키까지 필요한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그러나 인체는 갑자기 변하는 기상에 대해서는 매우 취약하다. 기상요인이 인간의 적응 범위를 벗어나면 치명적인 결과가 온다. 혹서나 혹한에서는 특히 대응능력이 약한 환자와 노약자, 어린이가 일차적인 위험계층이다. 기후는 각종 유해가스와 분진, 꽃가루 등의 확산 강도와 그 농도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나타나는 대기오염은 가까이는 천식 같은 호흡기계 질환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호흡기계 암 발생에 기여인자로 작용한다. 엘니뇨현상은 홍수와 가뭄이라는 극단적인 기상상태를 낳고, 홍수와 가뭄은 지역적으로는 모기의 서식을 자극하여 말라리아와 같은 질환을 유행시킨다. 환경이 변하면 미생물이나 곤충과 같은 하등생물들이 더 빨리 번식하지만 이것을 잡아먹는 고등생물들은 상대적으로 적응력이 떨어져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먹이사슬이 깨어지고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

■ 생활요소로서의 에너지
이처럼 에너지 사용 결과가 공중보건과 관련이 깊은데도 에너지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에너지라는 말이 주로 자원, 산업, 기술, 정책, 수급, 안보 등 거시적 용어들과 합성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활 태도와 관계가 깊은 에너지절약이라는 용어도 그 뒤에 다시 기기나 켐페인이라는 말이 붙어 금새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제 에너지생활도 인간의 건강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호흡기계통의 질환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에너지 사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이나 음식은 가려먹거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숨은 한 순간도 멈출 수 없고 생활공간에서 나 혼자만 좋은 공기를 골라 들이마실 수는 없다. 수질이나 식품보다 대기나 실내공기의 질이 인구집단의 보건환경에 훨씬 강제적이다. 에너지 영역에서도 인간의 건강과 인구의 보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국민들의 합리적인 에너지 생활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현대인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김종석 박사/한국원자력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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