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WGC 2003' 동경 회의를 다녀와서
에너지칼럼/ `WGC 2003' 동경 회의를 다녀와서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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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간의 국제가스연맹(IGU : International Gas Union) 주최의 22차 “세계가스회의(WGC : World Gas Conference) 2003” 동경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인천국제공항에는 잔잔히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번 동경회의는 “Catalysing an Eco-Responsible Future"라는 주제로 아시아, 유럽,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주를 망라하여 세계 가스인 5,000여명이 참가한 가스 올림픽이었다. 매 3년 마다 개최되는 WGC는 세계가스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10-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vision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WGC 2003에 주최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참가했었다.
여기서 4일간 개최된 세미나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각각 7개의 KA(Keynote Addresses)와 SR(Strategic Roundtables), 3개의 SA(Special Addresses) 그리고 10개의 WOC(Working Committee) Sessions 및 그에 딸린 TF(Technology Forum) 등 현안 상업 전략적 주제와 가스관련 신종기술 등에 관한 발표가 연일 있었다.
그런데 여러 테마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 가스산업에 가장 밀접한 것들을 소개하면 첫째는 ‘LNG시장에서의 유연성(Flexibility in LNG)' 관련 발표들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LNG 구매자(buyer)로서 가스수급불균형, 구조개편 등 국내시장의 변화에 따른 도입조건(물량-Volume, 가격-Price, 하역항 제한규정-Destination Clauses)의 유연성을 요구한 반면에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 기존 판매자(seller)들은 현재의 안정적인 시장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가스시장은 이미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음을 그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듯 했다.
둘째는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Energy Network in North-East Asia)’에 관한 발표들이다. 중국 가스인들이 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여 약간 아쉽기는 하였지만 사할린 Ⅰ, Ⅱ 및 이르쿠츠크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와 Exxon-Mobil, Shell, BP 등 오일 메이저들의 구매자 유치 경쟁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2010년 무렵 동북아 가스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그들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는 ‘규제완화(Deregulation)’에 관한 발표들이다. 세계가스시장의 하나의 시장통합(Single Market)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상류부문(Up stream)과 하류부문(Down stream)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을 예상하면, 경쟁시장에서 진입장벽을 제거하려는 규제완화 작업은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제를 놓고 가스 판매자(seller)와 구매자(buyer) 간의 이해관계 또한 상당한 갭(gap)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날 폐회 선언을 하면서 다음 개최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06년에 만날 것으로 기약하였는데, 그 때 중심 역할을 할 부문별 의장(Chairman)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국 가스인은 그 가운데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자못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지난번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이사국 총회에서 ‘WGC 2009’ 서울 유치에 실패하였고 아르헨티나가 그 주인공이 되면서 국제활동에서 위축이 예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6개국 신임 이사국 자리를 놓고 8개국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한국이 IGU 신임 이사국으로 선출되었고, 동시에 한국가스공사의 김종술 사장(직무대행)이 이사로 선출되었다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 가스회의 및 국제가스연맹 활동에서 한국 가스산업의 위상을 다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이번 동경회의를 보면서 세계가스산업에서의 일본의 위상이 한 층 격상되었다는 것을 내가 만났던 일본의 준비위원들 및 일본 가스회사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3년 동안 동경회의를 준비해 오면서 축적된 노하우(Know-How)와 인적 네트워크(Human Network)를 향후 국제무대에서 잘 활용하리라고 생각하면 지난번 ‘WGC 2009’을 서울에 유치하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다시 2012년 WGC 서울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국제회의를 국내에 유치한다는 일회적 발상보다는 궁극적으로 세계가스산업에서 한국의 가스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다음 개최 회의인 WGC 2006년 암스테르담 회의에서의 슬로건은 네덜란드 준비위원회 측에서 “Methane Age and beyond"으로 정했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인 목표와 함께 ‘새로운 기술-경제적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New techno-economic paradigm is needed)’라는 21세기의 새로운 전환점을 시사하는 문구를 곁들였다.
동경회의에 참석했던 각국의 가스인들은 이제 각자 자리로 흩어져 새로운 패러다임에 상응하는 연구와 사업(business)을 전개할 것이다.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이번 출장이었지만 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 가스 산업의 미래를 가름 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한 달 이상의 출장을 다녀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주제 하나하나가 현 시점의 우리 가스 산업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가스 산업이 국제적인 비지니스라는 점을 깨달았다.
5일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세계 가스시장의 동향과 전망에 관하여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수많은 국제 가스인들의 얼굴이 하나 둘 또렷하게 스쳐 지나간다. 2006년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가스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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