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에너지와 情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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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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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와 정보는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그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고 만지거나 맛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자신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질도 다르고 작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뜨거운 물과 찬 물이 각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면 눈으로 보아서는 구별할 수 없으나 그것이 가진 에너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가만히 두어도 에너지는 들고 나서 두 종류의 물은 결국 구별이 없어지지만 우리가 그 변화의 과정을 감지할 수는 없다.
최근에 영화 메트릭스가 관객을 끌어모으자 얼마 가지 않아 게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응용되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코드를 암시하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정보메시지를 담고 있는가는 얼핏 보아 파악하기 어렵다. 이처럼 에너지와 정보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주목되는 바는 이들이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

에너지는 일찍부터 인류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흔히 인용되듯이 신들이 온갖 피조물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저마다의 특기를 다 건네주고 마지막 남은 인간에게는 아무 것도 줄 선물이 없자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가 신들만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다 주고 자신은 신들로부터 영원한 미움을 샀다는 신화가 있다. 인간이 하나의 동물단계에서 벗어나는데 에너지가 얼마나 차원 높은 결정인자였던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에너지는 인류사회의 발전과 연관되면서 함께 발전되어 왔다. 석탄을 이용하는 증기기관의 발명은 생산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발명은 현대 기계문명을 꽃피웠다. 한편 전기, 전자, 반도체, 통신 등의 기술집약적 첨단산업은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한 것이었으며 금세기에도 산업 발전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수송, 통신, 식량, 제조, 유통 그리고 국가 안보 등 모든 개인과 조직 사회활동은 다양하고 지속가능하며 수요와 공급관계의 환경에 적응이 가능한 조건을 갖춘 에너지가 원활히 공급되는가에 달려 있다. 정보 또한 인간의 경험이 한 개체의 생애기간에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또 다음 세대에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 정보화의 그늘

우리에게 에너지는 무엇이고 정보는 무엇인가. 구약성서를 보면 노아의 후손들이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세우려하자 사람들 사이의 언어를 혼란시켜 탑의 건축을 중단하게 하였다. 이것은 민족에 따라 달라진 언어현상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질주하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로도 인용된다. 그런데 정보화란 것이 기호체계를 일정하게 통일시킴으로써 가능한 일이므로 이것이 신에 대한 또 하나 다른 형태의 도전일지도 모른다.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해져가고 있는가. 소수민족의 언어가 사라지고 특정한 개념의 신조어가 순식간에 퍼지는 현상이 과연 인류를 갈등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는가. 인테넷을 열면 과연 정선되고 유용한 정보들이 문턱에 와있던가, 아니면 오염되고 독기를 품은 언어들이 먼저 들이닥치던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현대 인류에게 지구라는 공간이 무한정하다는 생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원은 고갈되고 무작정한 소비는 자정능력을 벗어난다. 에너지의 소비는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의 파라독스에 볼모되어 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고 허공을 채우는 미디어라는 공간이 새로운 개척지가 되어 지리적 공간에서의 질식감을 위로하고 있다. 이 새로운 장소가 인간 상호작용과 부의 확장, 그리고 특히 사회적, 정치적 음모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영역, 다른 말로는 데이터스피어 또는 미디어스페이스라고 한다.
미디어 공간에서 주고받는 모든 자극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발전되기도 하지만 숨어 있는 생각, 문화, 안건들이 전파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커다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미디어가 전하는 내용들은 일반 사람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만한 것들이다. 그렇지 않는 것은 분주히 돌아가는 미디어 공간을 차지하기 힘들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특히 대중문화일수록 인기의 껍질을 덮고 이데올로기적 코드를 데이터의 흐름에 밀어 넣어 사고와 이해의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 에너지의 파라독스

다른 생물체에 들러붙어 유전정보를 바꾸어 놓는 인자를 밈(meme)이라고 하는데 이와 유사하게 인간의 마음에 침투하여 행동을 바꾸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퍼져나가는 정보양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마치 생물학에서의 바이러스와 같이 자신이 스스로는 번식하지 않으면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주입하여 그 세포가 가지고 있는 원래 유전자와 섞여서 경쟁하다가 거기에서 승리하면 그 세포의 기능과 재생산 방법을 영구히 바꾸어 버린다. 미디어 바이러스가 악의적으로 작용할 때는 정보의 자연스러운 카오스적 흐름을 억압하고 문화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잘못된 체계를 재생산해낼 수 있다.
문명의 그늘은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도 달려 있다.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요리가 불고기라고 하는데 인간이 신의 세계로부터 불을 얻음으로써 동물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음식을 익혀먹고 추위를 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겪었던 드라마틱한 변환점들 가운데 하나가 산업혁명이었고 그 이후 인구와 에너지 소비는 급증하였다. 그 결과 마침내는 자원의 고갈을 실감하게 되었고 환경의 파괴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시대 우리의 삶과 깊숙이 손잡고 있는 에너지와 정보라는 대상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문명사의 주인으로서 인간이 계속 행복할 수 있느냐와 관계되는 일이다.

<김종석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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